사화공원 터 지대 낮아 부적합
시, 공원 내 위치 재검토 결정
예술계 "사전 설명 없었다"

실시설계 공모를 앞두고 있던 창원시립미술관 추진 계획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창원시가 미술관 위치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올해 안 위치 확정도 불투명해 보인다.

◇실시설계 공모 연기 = 창원시립미술관 건립 시작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원시가 국방부로부터 의창구 중동 옛 39사단 터(106만㎡)의 토지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당시 39사단이 장기간 지역 발전과 주민 재산권 행사를 제약했기 때문에 부대가 빠져나가면 이 터를 공공 개발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민간기업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 ㈜유니시티가 새 사령부 건립과 이전부지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대면서 중동 부지 33%(35만 4994㎡)를 받아 택지 개발이 이뤄졌다.

창원시는 토지 개발 이익금을 시민에게 돌려주고자 부대 터 안에 미술관을 짓기로 했다. 2016년 2월 미술관 건립계획을 수립하고 9월께 용역 조사를 했으며, 11월 김종영미술관 및 조각공원 건립계획을 확정했다. 이후 공립미술관 건립타당성 사전평가를 완료하고, 2018년 지방재정 중앙 투자사업 심사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명칭은 창원 출신 한국 현대추상조각 선구자 김종영 선생을 재조명하고자 '김종영미술관'으로 추진하다 '창원시립미술관'으로 바꿨다. 총사업비는 약 230억 원으로 창원시 의창구 원이대로 56번길 일대에 부지면적 5만 ㎡, 연면적 6200㎡ 규모로 건립할 예정이었다.

지난해 8월 건립 자문위원회가 구성됐고, 허성무 시장이 '특화된 시립미술관 건립'을 지시하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였다. 당해 하반기 설계 공모를 마치고 2022년 완공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해가 바뀌도록 설계 공모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갑작스러운 '위치 변경' = 창원시는 사업 일정이 연기된 이유는 확정된 줄 알았던 미술관 터 위치를 변경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자문위원들과 현장 답사를 거친 후 '계획했던 곳의 지대가 낮아 미술관 부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과 미술협회 요구로 부지 위치를 옮기게 됐다고 밝혔다. 시는 미술관이 들어설 곳은 사화공원 내로 정해져 있어 그 안에서 새로운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 문화육성과 담당 계장은 "현재 미술관 터 위치를 변경하기 위한 행정적 절차를 거치고 있다"면서 "부지 위치가 올해 안에 확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이 1년 이상 지연된다는 소식에 일각에서는 시립미술관 건립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창원시가 허성무 시장 공약사업이던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유치와 속도 조절을 위해 시립미술관 건립 사업을 소극적으로 추진한다는 얘기다. 재원도 마련됐고, 위치도 크게 조정할 게 없는데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소요되냐는 의문에서다.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한 예술계 인사는 "창원시가 국립현대미술관 남부관 유치에 모든 힘을 쏟고자 사업을 보류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국립현대미술관 유치가 가시화되면 시립미술관 건립에 다시 속도를 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사업 추진 투명해야" = 한 도시를 대표하는 미술관은 백년대계로 지어야 한다. 빨리 짓는 것보다 제대로 짓는 것이 중요하기에 설계공모를 거치기 전에 더 좋은 위치를 찾게 된 건 어쩌면 다행이다.

문제는 사업 추진 절차가 제대로 공유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창원시 '위치 변경' 설명에도 예술계 관계자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다른 자문위원은 의견을 듣고자 연락을 취했더니 "창원시로부터 어떠한 안내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가장 최근 열린 자문위원회 회의에서는 2월께 실시설계 공모 공고가 나갈 것이라는 얘기만 오갔다"며 "이후 회의가 열리지 않았으며, 공식적으로 변경된 계획을 공유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위치는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지만 누구의 요구로, 어떤 절차를 거쳐 기존 계획을 변경하게 됐는지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공공 부지를 개발해 얻은 이익인데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투명하게 밝히지 않는다면 1년 뒤, 2년 뒤 어떠한 이유로 사업이 무산됐을 때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창원시립미술관 건립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모든 절차에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