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로치의 <1945년의 시대정신>은 대공황과 세계대전을 겪은 영국이 빈곤에서 벗어나고자 산업을 국유화하고 의료와 주거를 포함한 사회 전 분야에서 복지제도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코로나 사태는 불확실하고 예외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피해는 예측 가능한 형태로 나타났다. 감염은 사회복지시설이나 열악한 조건의 사업장에서 집단적으로 발생했고 사망자 대부분 취약계층이거나 노약자들이었다. 더욱이 한국에서 통제해도 세계적 유행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며 시간이 흐르면서 대다수 사람들은 경제적 문제로 고통 받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노동 소득, 일자리 외에는 사회보장구조가 존재하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다.

3월 30일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발표는 그래서 아쉬울 수밖에 없다. 전체 추경을 합해도 18조 8000억 원으로 2009년 서브 프라임 사태 시, 이명박 정권의 추경 28조 4000억에 미치지 못한다. 당시 국가 예산이 284조이고 올해가 512조임을 고려할 때 차이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과연 1인당 100만 원씩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은 현실성이 없는 것인가?

2017년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를 합쳐 소득세 감면은 59조, 소득세 납부는 34조다. 세수 63%를 감면했고 혜택은 고소득층에게 갔다. 소득 상위 10%는 19조 감면받았고 하위 10%는 2600억 원에 머물렀다. 소득세 감면은 역진성이 강해 많은 비판과 논란이 있고 폐지 주장도 있었다. 폐지가 어렵다면 올해만이라도 소득세 감면을 유예하여 재난기본소득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중앙 정부는 건강보험 같은 준조세 성격 보장제도를 정비하여 지역과 기업으로 나눠진 체계를 통합하여 재정의 건전성을 갖추고 사각지대를 없애 모든 구성원이 이전보다 적은 부담으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국가의 철학은 지금과 같은 시기, 정책으로 드러나야 한다. 국가 공동체 구성원의 생존과 안녕을 위해 어설픈 선별 지원과 재정건전성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구성원들에게 빚을 지게 하는 '양적 완화' 없는 '양적 완화'는 더 이상 보고싶지 않다. 구성원들의 요구를 현실 정책으로 만들 수 있는 상상력을 기획재정부를 포함한 중앙정부가 '제발' 가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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