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급조 과정에서 너도나도 요행수 바라기식 이전투구가 빚어낸 기형적인 비례대표 투표용지에는 이런저런 날림당 꼴의 정당이 무려 35개나 모여 어안이 벙벙해집니다.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투표용지의 길이마저 장장 48.1cm라니 기막혀 열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지경입니다. 전자개표도 '손 들고' 멍때리기나 하게 생겼으니 울화통이 터질 일입니다.

'길다'도 다 나름입니다. 박목월의 시 <윤사월>의 '윤사월 해 길다 / 꾀꼬리 울면…'이나 가요 <아침 이슬>의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의 그 '길다'나 '긴'이야 서정적으로 아름다워 싫증과는 멉니다. 하지만 장장 48.1cm 투표용지 그 '장장'에선 '긴 병에 효자 없다'의 '긴' 같은 혐기가 들 뿐입니다. 옛 시조의 이런 종장이 떠오릅니다. '재 넘어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하느니'! 패러디로 '투표용지 사래 긴 밭을 수작업으로 언제 다 갈 것인가'?

 

'시거든 떫지나 말고

얽었거든 검지나 말지'

투표용지가 길고 길거늘

'의원 꿔주기'나 말던지

거대 당

두 꼬락서니마다

어찌 그리 닮은꼴로 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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