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취재한 분권 운동 현장
지역 목소리·실천 사례 보여줘
주민자치·사회혁신 상생 고민

한국은 수도권 공화국이다. 수도권은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하지만 모든 게 집중돼 있다. 우리나라 인구(50%), 100대 기업 본사(95%), 전국 20대 대학(80%)이 몰렸다. 비수도권은 어떤가. 지방소멸 위기다. '한국의 지방소멸위험지수 2019'에 따르면 228개 시군구 가운데 42.5%가 소멸위험지역이다. 증가 속도도 빠르다. 정부가 지방소멸 위기에 손 놓고 있다간 몇 십 년 후 지역민의 고향이 없어질 수 있다.

이일균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은 지난 2016년부터 4년간 '지방분권'을 취재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지방소외 문제를 더욱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기록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그 결과물을 책으로 펴냈다. △왜 지방분권인가 △지방분권 현장 △지방분권과 사회혁신 등 총7장으로 한국사회의 현실을 진단하고 극복방안을 찾아 나선다.

▲ 〈 지방에 산다는 것 〉이일균 지음
▲ 〈 지방에 산다는 것 〉이일균 지음

저자가 지방문제를 집중 취재하게 된 계기는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의 말 한마디에서 비롯됐다. 그는 도지사의 잘못된 시각을 공개 비판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틈만 나면 "하방" "하방" 하는데, 그 말이 그렇게 싫었다. 중국 왕조 때 처음 나왔고, 문화대혁명 시기에 많이 쓰였던 이 말은 전형적인 중앙집권적 사고에서 나온 표현이다. 그걸 지방자치단체장이란 양반이 예사롭게 쓰다니, 한심하다 싶었다."

우리나라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예속돼 있다. 독자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없다. 정부 눈치를 봐야 한다.

"자치재정권은 지방자치단체에 '돈'을 보장하는 것이다. 현재 국세:지방세 8:2의 구조, 국고보조금으로 지자체를 길들이는 현실에서 지방자치는 허구입니다. 자치재정권 보장이 이를 벗어나는 유일한 길입니다."(74쪽) "지자체가 만드는 조례와 규칙도 현행 헌법에서는 '법령의 범위 내에서' 가능하도록 한계를 정했습니다."(80쪽) "단체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자치단체가 스스로 설치하거나 폐지할 수 있는 권한이 자치단체에 없다는 것입니다."(98쪽)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을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2018년 3월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는 지방분권 내용이 대폭 위축됐고 자치입법권 및 재정권 확대 등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개헌은 무산됐다. 지방사무 20%, 지방재정의 원천인 지방세 비중 20%의 '2할 자치시대'를 마감할 기회를 잃은 것이다.

저자는 지역민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분권을 위해 무엇을 하십니까?"

그는 자신에게 약속했다. 그가 사는 경남에서 진행되는 분권의 움직임을 소개하고 지방분권경남연대에 가입해 활동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창원시 용지동·노산동·웅남동 주민자치회, 주민자치 활동현장을 누비고 지방분권 운동가의 다양한 목소리를 실었다.

▲ 경남사회혁신포럼. /경남도민일보 DB
▲ 경남사회혁신포럼. /경남도민일보 DB

"재정분권의 쟁점은 국세의 지방이양이다." -안권욱 지방분권운동경남본부 대표(177쪽) "지방자치는 단체자치와 주민자치가 결합돼 완성된다. 그동안 우리는 단체자치만을 해왔다. 주민자치는 이제 시작단계다. 당장 정착되지 않겠지만, 앞으로 민주주의 원리를 시민생활 속에 정착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할 것." -노민호 경기도자치분권협의회 위원(179쪽)

저자는 전국 사회혁신 사례를 소개하고 주민자치와 사회혁신이 상생하는 방안을 고민한다. 그리고 바란다.

"내년에는 경남 땅에 사회혁신의 뿌리가 더 왕성해지고, 밑동은 더 튼실해졌으면 합니다."(235쪽)

도서출판 피플파워. 264쪽. 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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