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에 다가올 소득공백기
낙관하지 말고 전문가 조언을

직장 퇴직자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은 '월급이 끊기지 않고 나오는 사람'이라고 한다.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을 받는 이들이 대표적인데, 이들은 퇴직과 동시에 연금을 받기 때문이다. 그만큼 직장 퇴직자들의 노후생활에서 월급 같은 매월 일정한 소득은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다.

최근 이런 퇴직자들의 소망을 이뤄주는 국내 자동차 회사가 있어 화제다. 이 회사 근로자라면 법정 정년인 만 60세가 속한 해당 연도 말까지 근무하고 퇴직을 하면 1년간 시니어 촉탁직으로 재채용이 된다. 촉탁직이 끝나면 곧이어 실업급여를 신청해 받다가, 만 62세에 해당하는 달 다음 달부터 국민연금을 받는다.

결국, 주된 직장 월급에서 재채용 월급, 그리고 실업급여와 국민연금이라는 끊기지 않는 소득 흐름이 발생하기에 축복받은 셈이다. 하지만 대다수 직장인은 그렇지가 못한 것이 현실이다.

2019년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서 50~60대 직장 퇴직자 1808명을 조사한 결과,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는 평균 연령은 54.5세에 불과했다. 물론 퇴직자 10명 중 8명은 재취업에 성공하지만 재취업 기간은 1년 6개월 남짓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두 번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대다수 직장인은 평균 56세에서 58세 즈음이면 제대로 된 일자리에서 받는 월급을 기대할 수 없어 반강제로 은퇴생활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은퇴생활의 주요 소득원인 국민연금 수령까지는 최소 5년 이상의 기간이 남아 있어 어쩔 수 없는 소득 공백기가 발생한다.

은퇴설계에서는 이 시기를 '은퇴 크레바스(crevasse)'라고 한다. '크레바스'는 눈 골짜기나 빙하의 표면이 갈라지면서 생긴 틈을 말하는데, 평소에는 얇은 눈에 덮여 그 깊이와 너비를 가늠하지 못하기에 산악인들의 두려움 대상이다.

은퇴 크레바스도 '퇴직하고 나면 어떻게 되겠지, 이 정도 자금이면 국민연금 받기 전까지 버티겠지'라는 다소 낙관적이고 막연한 생각에서 기인한다. 막상 퇴직을 하고 예전만큼의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자녀 지원금이나 생활비가 발생한다면 한순간에 헤어나지 못할 소득 공백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은퇴 크레바스를 잘 넘기는 것이 은퇴설계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다.

산악인들은 크레바스를 피하고자 해당 지역을 잘 아는 '셰르파'와 함께 한다. 셰르파는 히말라야 산악 안내인을 말하는데, 등반의 전반적인 준비 상황부터 루트 선정과 정상 공격시간까지 알려주며 정신적인 버팀목 역할까지 해준다. 은퇴설계도 은퇴 크레바스를 무사히 넘기려는 방안으로 셰르파와 같은 '은퇴설계 전문가'의 도움 받기를 추천한다.

하지만 자칭 은퇴설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조심해야 한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최소한 은퇴설계전문가 자격증(Core, Master, ARPS) 정도는 취득한 전문가를 찾는 것이 도움될 것이다.

이런 전문가를 찾아 전반적인 조언을 들었다면 상황에 맞춰 국민연금 조기수령, 주택연금 신청, 즉시연금 가입 같은 제도와 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은퇴 크레바스를 잘 넘기기 위한 유용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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