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초봄 '방콕'생활
하쿠나 마타타 들으며 치유

박은혜(48·사진) 무용가를 무대에서 본 건 지난해 열린 마산무용협회 기획공연 '창원의 밤하늘에 수를 놓다'에서다. 마산의 대표 먹거리인 아귀찜을 모티브로 한 '아구찜춤'을 공개했는데 인상적이었다. 이후 행사나 SNS에서 그를 자주 보았다.

박 무용가는 박은혜 춤패 단장이다. 그는 경남 무용계의 거목 이필이(1935~2009) 선생의 제자로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후 고향 마산을 거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무용하는 사람은 무대나 일상생활에서 화려함이 돋보여 힘들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전 불안하고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예술사업이 마무리되는 계절인 초겨울부터 사업이 시작되는 초봄까지 '방콕'(집에 콕 박혀 있다는 뜻)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색칠놀이(컬러링)로 치유한다.

"전체적인 밑그림을 관찰하며 통찰력을 키우고 이 색, 저 색 배색을 하면서 예술적 감각은 물론 심리적인 충만감까지 준다."

여기에 영화 <라이온 킹>에서 티몬과 품바가 부르는 '하쿠나 마타타'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 박은혜 춤패 단장 /박은혜
▲ 박은혜 춤패 단장 /박은혜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는 아프리카 언어인 스와힐리어다. '모든 일이 다 잘될 것이다', '문제없어', '걱정하지 마'라는 긍정의 의미가 담겼다.

"저의 카카오톡 대문 문구가 하쿠나 마타타다. 하쿠나 마타타라고 외치면 마치 마법의 주문을 외우는 듯한 느낌이 든다. 16비트의 박자와 리듬이 흥겨워서 무용 수업시간에 웜업(Warm up·운동 시작 전 몸 상태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많이 사용하는 음악이다. 그리고 일상생활 속에서는 종종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싶은 순간에 도움이 많이 됐다. 견디는 힘이 된다."

박 단장은 하쿠나 마타타의 음악을 들으며 색칠놀이를 하면 솔로몬의 글귀가 떠오른다고 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큰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이스라엘 왕국 2대왕 다윗이 세공사에게 반지를 주문하면서 이렇게 말했다."전쟁에서 승리했다 해서 교만하지 않고 패배했다 해서 좌절하지 않도록 경구를 반지에 새겨라." 세공사는 솔로몬에게 답을 구했고 솔로몬이 잠시 생각한 후 내놓은 답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다.

현재 코로나19 여파로 예술단체와 예술인들이 경제적·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술강사로 활동 중인 박 단장도 개학일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지난주 무용을 하는 지인들에게 안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다독였다. "조금만 더 견뎌보자"고.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