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친 게 무엇인지는 냉철히 반성하고
모두의 저력으로 평온한 일상 되찾자

작금엔 ICT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IT 기기를 이용한 즐길 거리가 풍부하지만, 필자의 유년시절인 197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딱히 놀 거리가 마땅치 않았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남자아이들은 구슬치기나 딱지치기 혹은 'Y'자 모양의 나뭇가지에 고무줄을 매고 작은 돌멩이를 끼워 목표물을 향해 튕기는 새총놀이를 주로 했다.

여자아이들 대부분은 공기놀이하거나 삼삼오오 모여 양쪽으로 길게 잡아당긴 고무줄을 노래에 맞추어 발로 꼬았다가 풀면서 사뿐사뿐 뛰어넘는 고무줄놀이가 대세였다. 고무줄을 도구로 삼은 놀이의 공통점은 고무줄의 '탄성복원력'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탄성복원력의 과학적 의미는 물체에 외부에서 힘을 가하면 부피와 모양이 변하였다가 그 힘이 없어지면 본래로 되돌아가는 성질로 표현할 수 있다.

탄성복원력과 유사한 개념으로 1973년 캐나다 생태학자 홀링이 처음 사용한 '레질리언스(resilience)'라는 용어가 있다. 원래 의미는 환경시스템에 가해진 충격을 흡수하여 변화나 교란에 대응하는 생태계의 재건 능력을 뜻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이후 기후변화, 특히 지구온난화 문제가 현안으로 등장할 때부터는 예기치 못한 외부충격으로부터 경제·사회 등 국가 전반에 걸친 시스템의 회복탄력성으로 회자하고 있다.

작금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다. 지난달 20일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현재 국내 확진자 수는 5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코로나19가 중국과 동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확산추세에 놓여있어 전문가들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황 상태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80개국 넘는 나라로부터 한국발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 격리 조치를 당하는 '코리아 포비아' 수모를 겪고 있다.

우리는 세계적인 의료수준과 IT 기술을 보유한 국가다. 또한 무역액 1조 달러를 넘어서는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다. 그런데 어쩌다가 하룻밤 사이에 질병관리 후진국의 오명을 뒤집어쓴 불명예스러운 나라로 전락했는지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다.

작금의 코로나 사태에 보다 현명하게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골든타임은 지켜졌는가?

강력한 예측과 명백한 위험신호를 놓쳐 제때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아 국내외적으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내몰린 것은 아닌지 냉철히 반성해볼 일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20억 달러로 추산됐던 2003년 사스 때보다 경제적 손실 범위나 정도가 더 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MS, 아마존 등 이른바 미국의 '빅5테크'로 불리는 기업의 시가총액도 지난 한 주 만에 5065억 달러(약 616조 원)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작금의 사태가 글로벌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벤카타라만(B. Venkataraman) MIT 교수는 저서 <포사이트(미래를 꿰뚫어보는 힘)>에서 사람들은 무한한 가치가 있는 미래에 대한 예측을 그저 듣기만 할 뿐 이를 활용해 미래에 대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꼬집어 비판했다.

우후지실(雨後地實)이란 격언이 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 지금은 잘잘못을 떠나 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 받고 있는 국민을 보듬고, 평온한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저력을 통한 회복탄력성을 발휘할 때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