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어울리며 절로 자라는 모습 가득
스스로 꿈꿀 수 있게끔만 해주면 된다

졸업생 모두의 글이 빠짐없이 실린 졸업문집 <다시, 봄>을 읽었다. 중학교 생활 3년, 고민과 걱정과 꿈을 가지런히 쌓아 놓은 졸업생들의 글은 아름답다 못해 감동적이다. 어디서 이런 생각이 나왔으며, 언제 이렇게 자랐나 싶어 놀랍다. 한 뼘이나 짧아진 교복 바지를 볼 때마다 중학생 아이들은 언제 크는가 하고 속으로 물었는데, 그 답이 아이들의 목소리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이들은 함께 어울리면서 자라는 게 분명하다. 초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낯선 얼굴로 처음 만나, 티격태격하면서 친구가 되는 과정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배움이다. 서로 부딪치고 오해하고 얘기 나누고 풀면서 자란다.

"네가 그때 사과를 해 주어서 너무 고마웠어"(정민), "내 이야기를 매일 들어주었던 것에 고마워. 안 듣고 싶다고 때론 말해줘"(기룡). 친구들끼리 주고받은 편지를 들여다보면, 고마움과 미안함이 가득하다.

아이들은 서로 가르쳐 주고 배우면서 함께 자란다. "너는 흔쾌히 내가 문제를 잘 풀도록 도와줬어"(동희), "수학도 가르쳐 주고 개그도 가르쳐 주고 내가 모르는 것도 많이 가르쳐 줬잖아"(민철). 어느새 이렇게 서로 가르쳐 주고 함께 배우는 사이로 성장해 있다. 서로 돕고 함께 배우며,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의사소통과 공동체 역량을 자연스레 몸으로 익히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을 돌아보면서 쑥쑥 자란다. 열여섯 살 아이들이 쓴 자서전을 읽어가다 보면, 자서전을 쓰는 활동 자체가 엄청난 공부라는 걸 깨닫는다. 자신의 성장 과정을 꼼꼼히 적어가던 창현이는 이렇게 한 문장으로 멋지게 정리했다. "몇 시간째 글을 적다 보니 알았다, 내 축구 성장기라는 걸"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할까" 하고 제법 어른스러운 걱정을 하기도 한다.

뒤늦게 유도를 배운 성현이가 첫 대회에서 패하고, 두 번째 대회에서 반칙패, 세 번째 대회에서 업어치기 한판을 얻고도 패했지만, 점점 자신감이 커지는 모습을 보는 건 한 편의 드라마 같다. 고등학교 진학이 결정되고 나서 쓴 병재의 글은 언제 이렇게 컸나 싶을 정도로 든든하게 와 닿는다. "나는 이제 새로운 내 꿈을 향해 걸어 나갈 것이고, 비록 그 길이 순탄치만은 않은 길이란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길이기에 나는 더욱 그 길을 걸어가고 싶다."

아이들은 고민하고 꿈꾸다 그 속에 빠져버릴 때 성장한다. 다음과 같은 명문장들이 그 증거이다.

"나는 멍때리는 것이 좋은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에 너무 공부에 치이면서 살면 많은 것을 놓치게 되는데 멍때리면서 그것들을 살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만의 독특한 생각을 내보인 장원이. "잘하든 못하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 뭐든 빛나는 꽃이 될 수 있다"고 표현한 창현이. "나이를 먹는 것은 멋진 일이다. 내가 가보고 싶은 곳,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경험해 보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하는 상득이.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을 때, 아이들은 자란다. "애니메이션 영화감독을 꿈꾸다가 바텐더로 꿈이 바뀌고, 파티시에도 꿈꿨다가 갑자기 아이돌이 되고 싶어지고 우주기상학자, 프로듀서, 인공지능 전문가로 꿈이 막 바뀌는 와중에"(철린)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자라고 있다. 분명한 것은, 배우기를 강요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돌아보고 용기를 갖고 꿈꿀 수 있게 해 주는 선생님이 있을 때, 아이들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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