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소년체전 금·학산배 우승 마산중 씨름부, 신입 7명·전국 최대 규모 19명 "어린 선수 훈련 환경 개선을"
13년 연속 단체전 우승 기록 경남대 씨름부, 전국 대학 모래판 최강 "씨름 성지 창원 계획 대환영"

1편에서 밝혔듯, 창원이 씨름 성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로 '연대훈련'을 꼽는 이들이 많다. 초-중-고-대-실업팀까지, 창원에서 씨름을 시작하고 기량을 쌓은 이들이 한데 모여 훈련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기술이 전수되고 발전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창원 씨름 연대훈련 중심에는 마산중과 경남대 씨름부가 있다. 지역 연계육성의 한 축을 담당하며 씨름 성지 창원 명맥을 잇는 이들 씨름부 심우현·모제욱 감독을 만나봤다.

◇기지개 켠 마산중 = 심우현 감독은 2004년부터 모교인 마산중학교 씨름부를 책임지고 있다. 한때 잘나가던 선수였던 심 감독은 소속팀 해체로 은퇴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는데, 마산중 씨름부 감독을 맡고도 그 시작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1997년 터진 IMF 외환위기 사태로 많은 프로씨름팀이 해체되는 등 2000년대 초반 '잘나가던 씨름'은 땅에 곤두박질쳤다. 씨름 추락은 비단 성인 무대에만 해당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학부모 사이에서는 '씨름이 무슨 미래가 있겠느냐'는 의문이 생겼고, 이는 곧 선수 수급 문제로 이어졌다.

"처음 부임했을 때, 마산중 씨름부는 선수 13명이 전부였어요. 그래도 그나마 나은 거였죠. 이후 점차 줄어들더니 선수 4명만 있었던 시기도 있었어요. 관내 초교에서 선수가 올라오지 않다보니, 산청·함안·거제 등에서 선수를 끌어오기도 했어요."

선수가 없다 보니 성적도 떨어졌다. 그나마 2006년에는 대통령배·회장기·학산배 대회 단체전에서 3관왕을 차지하는 등 좋은 기량을 뽐냈지만 이후 마산중 씨름부는 오랜 기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08년에는 전국소년체전에서 금 1, 동 1개를 수확했으나 그해 반짝 성적에 그쳤다.

그래도 심 감독은 버티고 또 버텼다. '이대로 마산 씨름이 무너져선 안 된다' 등의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묵묵히 하다 보면 언젠가 '씨름의 시대'가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을 뿐이다.

심 감독 희망은 곧 현실이 됐다. 마산중 씨름이 2013년을 기점으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것이다.

"제42회 전국소년체전에서 금 1, 은 1개를 땄어요. 마산중에서 금메달이 나온 건 2008년 대회 이후 5년 만이었죠. 금메달은 당시 소장급에 출전한 정찬우가 땄는데,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예요. 워낙 말썽도 많이 피웠던 선수여서 우승이 확정되자 껴안고 눈물을 흘렸던 기억도 있어요. 그 해를 기점으로 마산중 씨름은 다시 활기를 찾았죠."

2015년 제15회 증평인삼배전국장사씨름대회 중등부 단체전에서 3위를 차지하며 시동을 건 마산중은 2018년 대통령기와 증평인삼배에서 우승하며 '명가 재건'을 알렸다.

▲ 심우현 마산중 감독. /이창언 기자
▲ 심우현 마산중 감독. /이창언 기자

지난해 역시 마산중은 전국소년체전 장사급에서 이창범이 금메달을 거머쥐고 제16회 학산배전국장사씨름대회 단체전에서 우승하며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고생 끝에 낙도 왔다. 씨름 인기가 다시 상승세를 탄 것인데, 심 감독은 이 같은 분위기가 그 누구보다 반갑다고 말한다.

"올해 마산중 씨름부는 신입생 7명을 포함해 모두 19명으로 꾸리게 됐어요.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죠. 야구나 축구 같은 인기 종목 같은 경우 상위 2% 정도만이 직업 선수로 먹고 살 만하잖아요. 하지만 씨름은 상위 30%만 되더라도 생활할 수 있어요. 예전보다 실업팀이 늘어난 덕분인데 앞으로 씨름을 보는 시각이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으면 해요."

선수를 가르치면서 첫째도, 둘째도 '인성'을 강조하는 심 감독은 올 시즌 목표를 소년체전 개인전 우승과 전국대회 단체전 우승으로 잡았다. 이와 함께 심 감독은 장기적으로 창원 씨름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방향도 제시했다.

"현재 창원 씨름은 초·중학교가 함께 훈련하고, 고교·대학·일반부가 함께 훈련하는 추세예요. 서원곡 씨름장 개·보수 등 '씨름 성지 창원' 조성 계획과 맞물려 초·중학교 선수를 수용하는 훈련 시설도 갖춰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곤 하나 여전히 초·중학교, 특히 초등학교 씨름부 사정은 녹록지 않아요. 어린 선수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었으면 해요."

◇전국 최강 입지 다지는 경남대 = "씨름 성지 조성계획, 정말 대환영입니다. 늘 이런 변화를 꿈꿔왔어요.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면 언젠가 좋은 일이 있을 거라 봤는데, 결국 경사를 맞네요."

경남대 씨름부 모제욱 감독은 '씨름 성지 창원' 조성계획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창원에서 씨름을 해왔고, 앞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도 했다.

현역 시절 '변칙씨름의 달인', '감독 겸 선수' 등 다양한 별칭으로 불린 모 감독은 지난 2007년부터 경남대 씨름부 지휘봉을 잡았다. 이후 모 감독 지휘 아래 경남대는 13년 연속 단체전 우승을 기록하는 등 전국 대학 씨름판을 주름잡았다. 특히 최근에는 2017년 전국시도대항장사씨름대회 우승, 증평인삼배 2연패, 제5회 춘천소양강배 단체전 우승을 거두며 모래판 최강자로 우뚝 섰다.

경남대가 이토록 오랜 기간 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를 두고, 모 감독은 '체계화한 시스템'을 뽑았다.

▲ 모제욱 경남대 감독. /이창언 기자
▲ 모제욱 경남대 감독. /이창언 기자

"부친이신 모희규 장사부터 김성률 장사, 이승삼, 강호동 장사에 이르기까지 선후배들이 갈고닦은 기술이 잘 전수되고 있어요. 타 지역에서 우리 대학으로 온 선수도 마산 씨름을 접하고 나면 '확실히 다르다'고 말하곤 하죠. 같은 들배지기를 가르치더라도 마산 씨름은 더 섬세하게 파고들어요. 세세한 전술과 기술이 끊임없이 전수되며 발전한 거죠."

그러면서 모 감독은 그 시스템 속에 마산 씨름만의 강점도 녹아 있다고 밝혔다.

"전국적으로 보면 들씨름을 많이 하죠. 물론 창원은 들씨름도 뛰어나나 밑씨름, 장기전(한 손으로만 샅바를 잡거나 배·등샅바로 바꿔잡는 것)도 빠지지 않죠. 들다가 안 되면 샅바를 풀어서 장기전으로 가고, 한순간 틈을 노려 파고들고. 모든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 가능한 게 마산 씨름인 거죠."

이 같은 장점 위에 모 감독은 자신만의 지도 철학도 새겼다. 현역 시절 한라장사 우승 14회, 백호장사 2회 등 통산 17차례 꽃가마를 탄 모 감독은 특유의 승리욕으로 '잡초'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 연장선에서, 모 감독은 쉽게 지지 말라고 선수들에게 늘 당부한다.

"지면 억울해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죠. 예전에 저도 김성률 장사로부터 '동료에게 먼저 이기려고 해야지, 나가서 1등 하려는 생각은 잘못됐다'는 등의 가르침을 받았어요. 늘 이 점을 강조하고 있죠. 또 하나, 자율 속 질서를 지키려고 해요. 언제든 감독방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소통 창구는 열어두되 훈련할 때만큼은 진지하게 하자는 거죠."

무르익은 지도 철학에 힘입어 모 감독은 올 시즌 '전국대회 4강 이상'이라는 다부진 목표도 잡았다. 지난해와 달리 장사급 선수가 없어 다소 난항도 예상되나 모 감독은 부담보다는 희망을 이야기했다.

"선수들을 믿고 있어요. 4강에만 들어간다면 충분히 우승도 할 수 있는 실력이니까요. 무조건 우승하라고 다그치진 않고 선수 스스로 마음을 다잡도록 힘을 보태려 해요. 좋은 결과가 쌓인다면 연말 '최강단'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오랜 세월 씨름과 동행한 모 감독은 씨름이 더 발전할 방향도 그렸다. '큰 사람만이 씨름을 한다'는 고정관념을 없애는 게 대표적인 예. 모 감독은 이를 위해 각 체급 체중을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라급도 천하장사를 할 수 있어야 해요. 태백, 금강, 한라, 백두가 서로 물리고 물리며 시합을 풀어나가야만 오늘날 시청자 눈에 더 맞출 수 있다고 봐요. 작은 사람이 큰 사람을 이기고, 누구나 천하장사를 꿈꿀 수 있는 그런 씨름판이 됐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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