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해서 법을 제·개정하고 세금 500조 원을 심의하는 중요한 일을 한다. 이 때문에 많은 비서와 고액 연봉을 받고 불체포 특권까지 누리고 있다. 그런데 4월 총선 경남지역 예비 후보들의 수많은 공약을 살펴보면,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공약은 찾아볼 수 없고 지역 개발과 도로·다리 등 건설 일색이다. 입법부 대표를 뽑는 선거인지 건설협회 대표를 뽑는 선거인지 헷갈린다. 국회를 잘 모르는 정치 초년생뿐만 아니라 다선 의원, 여·야를 불문하고 한결같다.

창원에 방주형 200층짜리 '잡월드'를 만들어 세계기독교인들의 성지로 만들겠다는 공약도 있다. 산 정상에 오페라 하우스 건설, 해양케이블카 설치, 남부내륙고속철도 사천 연결, 1만 가구 아파트 건설, 수출자유지역에 복합도시 건설 등 허무맹랑하거나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경쟁하듯 내놓고 있다. 국가혁명배당금당의 가계부채 5억 원 탕감, 20세 이상 국민에게 매달 150만 원 배당금 지급 같은 공약과 다를 바 없다.

아무리 표가 아쉬워도 국회의원 후보라면 체면과 최소한의 양심은 지켜야 한다. 자신도 '지키지 못할 공약'이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 표만 얻고 보자는 식은 곤란하다. 이달 초 매니페스토본부가 발표한 20대 국회의원의 공약 이행률을 보면 46.8%에 이른다. 경남 국회의원들의 경우는 30.6%. 꼴찌 다음이다. 공약 이행률이 높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너무 황당한 공약이 많기 때문에 다 지키면 나라가 망한다고 어느 국회의원이 언론에서 밝히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은 "선거 때 내놓은 정책을 다 집행하면 미국은 확실히 망할 것"이라고 자서전에 썼다.

실현 가능성도 문제지만 공약 분야가 모두 경제와 개발 위주라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소 자영업자 어려움, 지역 분권 문제, 계층 간 불평등 해소 문제 등을 겪고 있다. 전 지구적으로는 수백만 초·중·고 학생들이 등교를 거부하고 외치는 기후 위기 문제도 있다. 이러한 큰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할 방안을 내놓는 큰 정치인이 한 사람도 없다는 점이 아쉽다. 경제도 중요하지만 국민 안전과 미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게 지도자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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