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이름이 '유경'이다. 전할 말이 있어 메신저 검색창에 '유경'까지 썼는데 그녀 이름이 뜬다. 건반 위 두 손이 찍힌 흑백 사진이 프로필 사진으로 걸려있다. 대화창에는 표현은 단호하지만 곰곰이 들어보면 배려가 구석구석 배어 있는 특유의 말투가 그대로 담겨 있다. 그녀 웃음소리가 귓가에 아른거린다.

지난달 초 유택렬미술관 개관 1주년을 맞아 그녀를 인터뷰했다. 사실 미술관은 구실이었고, 갈등을 빚었던 1층 문제와 앞으로 흑백 운영 계획이 궁금했다. 다행히 1층 카페는 정리하기로 운영자와 이야기를 마쳤고(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을 덧붙이긴 했다), 옛 흑백 모습을 되찾고 싶다고 했다. 누구나 들어와 음악을 감상하고, 문화와 예술을 이야기하는 그런 곳. 그녀 아버지가 사랑했고 많은 예술인과 시민들 마음에 진하게 자리 잡은 그 '흑백'의 모습으로 말이다. 2층 미술관에는 CCTV를 달고 1층을 직접 돌보겠다고 했다.

이렇게 되고 보니 모든 게 그녀의 계획이었는지도 모르겠다. 1층과 갈등을 마무리 지은 것, 최근 흑백운영위원회 이사로 들어가 자신의 뜻을 전달한 것, 만류에도 마지막 연주회를 강행한 것. 오랜 침체기를 벗어나 새롭게 변화할 흑백을 위해 마지막으로 자신이 할 일을 차근차근 해나간 게 아닐까. 그녀는 없지만 그녀가 던져놓은 과제가 남았다. 흑백이 지역민들의 문화 사랑방으로 다시 태어나는 일. 이제 남은 자들의 몫이다.

유경아. 한동안은 동생을 부를 때마다 그녀가 생각나겠다. 시간이 흐르면 그 이름을 부르면서도 모른 채 지나는 날이 대부분일 테다. 그러다가도 문득 그녀와 함께한 짧은 인터뷰를 펼쳐놓고 그녀의 웃음소리를 떠올리겠지. 편히 잠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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