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 소속이었던 고 문중원 기수가 내부 부조리를 고발하고 사망한 지 50여 일이 지났다. 그 사이 고인의 유족은 서울로 가 연일 투쟁을 벌이고 있고, 고인 동료는 전국 최초로 기수노조 설립을 신청했다. 경찰은 마사회장과 만나려는 유족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폭력 행위를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고 마사회가 내놓은 개선책은 '미봉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 70여 개 단체는 '고 문중원 기수 죽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를 출범해 정부의 사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잇단 투쟁과 요구에 지난 10일 마사회는 공공운수노조와 집중 교섭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고인이 세상을 등진 지 43일 만의 일이었다. 안타깝게도 이후 교섭은 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난항을 겪고 있으나, 사태 해결에 첫걸음을 뗐다는 데에는 여전히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최근 고인 유족과 시민대책위는 마사회 측에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오체투지'에 나서기도 했다. 오체투지는 양 무릎과 팔꿈치, 이마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을 땅에 닿으며 하는 절이다. 영하의 날씨 속에 5일간 이어진 오체투지는 '마사회 폐단을 바로잡겠다'는 노동자의 결의를 담았다. 모든 노동자가 안정과 꿈을 동시에 이루는 일터에서 일하길 바란다는 소박한 마음도 깃들었다.

처절한 이 싸움이 언제 끝날지 알 순 없다. '설 전에 장례를 치르고 싶다'는 유족의 간절함도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유족 바람이 이뤄지고 투쟁 성과가 나오리라 믿는다. '이제 곧 하늘의 별이 되어 찬란하게 빛날 제 남편 문중원 기수를 영원히 잊지 말아 달라'는 고인 아내의 당부를 기억하며 함께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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