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트비히 판 베토벤 초상화. /경남도민일보 DB
▲ 루트비히 판 베토벤 초상화. /경남도민일보 DB

올해는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 탄생 250주년이다. 세계 곳곳에서 베토벤의 삶과 음악을 조명한 책, 음반이 나오고 베토벤의 곡을 연주하는 무대가 잇따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베토벤 풍년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올 시즌 첫 무대를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꾸몄고 내달 개막하는 대관령겨울음악제의 경우 8개 섹션 가운데 하나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다. 대전·광주는 물론 창원시향도 올해 베토벤 명곡을 선보인다.

전문가들은 클래식 음악계가 베토벤 이전과 이후로 나뉠 만큼 베토벤은 위대하다고 말한다. 베토벤은 청각장애를 딛고 자신의 음악 세계를 구축했고 후대 많은 작곡가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는 생전 교향곡 9개, 피아노 소나타 32개, 현악 4중주곡 16개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남겼다. 독자 여러분을 위해 전문가 3인이 베토벤 명곡을 추천한다.

▲ 이주은 창원대 음악과 교수

◇이주은 창원대 음악과 교수 = 이주은 창원대 음악과 교수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을 추천했다. 브람스의 친구이자 리스트의 제자였던 지휘자 한스 폰 뷜로(1830∼1894)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을 구약성서에,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2개를 신약성서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베토벤은 다른 작곡가와는 달리 작곡기법이 매우 다양하고 생애를 걸쳐 발전하는 그의 작품은 제각각 특색이 있다"며 "그래서 한 작곡가로 한 연주회의 프로그램을 구성한다고 했을 때 전혀 지겨움이 없는 작곡가로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그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을 추천한 이유는 "베토벤 자신이 피아니스트였기 때문에 피아노 작품에서 그의 작품세계가 가장 축약적으로 잘 나타난다"며 "곡을 들으면 베토벤이 생애 어떤 식으로 음악을 표현하고 싶었는지가 확실히 보인다"고 말했다.

▲ 이주은 교수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추천 음반.
▲ 이주은 교수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추천 음반.

이 교수가 추천하는 음반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im)이 연주하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다. 다니엘 바렌보임은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종신 지휘자다.

"그는 여러 번 전곡을 녹음하고 실황 공연도 했는데 특히 젊었을 때 연주가 아주 인상적이다. 그의 연주는 아주 긴 호흡으로 긴 프레이징(쉼표를 찍듯 곡 속 음의 흐름을 섬세하게 갈라 연주하는 것)을 노래하고 템포와 표현이 아주 자유롭다. 타건(打鍵)이 좀 강한 듯하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는 베토벤이 흡사 연주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다른 연주자들과 비교해 들으면 베토벤이 연주자에게도, 관객에게도 얼마다 다양한 해석을 줄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 조희창 음악평론가

◇조희창 음악평론가 = 조희창 음악평론가가 선택한 음악은 베토벤 교향곡 3번 내림 마장조 Op.55 '에로이카(Eroica)'다.

이 곡은 '영웅'이라 불리는데 베토벤이 나폴레옹 1세(1769∼1821)에게 헌정하려 했던 곡으로 유명하다. 베토벤이 원래 붙였던 곡 제목은 나폴레옹 이름인 '보나파르트'였다.

"1804년 베토벤 나이 34세에 완성한 걸작이다. 나폴레옹이 등장했을 때 유럽의 많은 사람은 그를 새 시대의 구원자로 생각했고 베토벤 역시 같은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한 베토벤은 애초에 '보나파르트'라고 써놓았던 제목을 그어버리고 대신 '에로이카'라고 바꿨다. 이전 교향곡에선 들을 수 없던 거친 음향과 변화무상한 리듬, 그리고 긴 연주시간으로 교향곡 역사에 획을 그은 작품이다. 지난 BBC 뮤직매거진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역사를 움직인 교향곡 1위로 뽑힌 바 있다. 1악장 알레그로에서부터 영웅적인 힘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2악장 아다지오의 장송행진곡이 유명하다."

▲ 조희창 음악평론가가 선택한 베토벤 교향곡 3번 내림 마장조 Op.55 '에로이카(Eroica)'.
▲ 조희창 음악평론가가 선택한 베토벤 교향곡 3번 내림 마장조 Op.55 '에로이카(Eroica)'.

조 평론가의 추천 음반은 스페인 출신 고음악계의 거장 조르디 사발(Jordi Savall)이 지휘하고 르 콩세르 데 나시옹이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3번이다. 르 콩세르 데 나시옹(Le Concert des Nations)은 조르디 사발이 창단한 교향악단이다.

조 평론가는 "베토벤은 이 곡이 그 이전의 교향곡과는 완전히 다른 곡이 되길 원했다. 그래서 원전 연주자들의 음반을 권해본다"며 "고음악 연주의 획을 그은 로저 노링턴, 존 엘리어트 가디너,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의 연주들이 그랬던 것처럼, 베토벤 당대 오케스트라 규모로 편성한 오케스트라 연주지만 대단히 치밀하면서도 박력 있다. 무엇보다 음질이 아주 좋다"고 말했다.

조 평론가는 영상도 추천했다. 콜롬비아 출신의 젊은 지휘자 안드레스 오로스코-에스트라다(Andres Orozco-Estrada)가 2016년 프랑크푸르트 알테오퍼에서 연주한 실황이다. QR코드를 연결하면 볼 수 있다.

▲ 심광도 뮤직 파라디소 대표

◇심광도 뮤직 파라디소 대표 = 심광도 뮤직 파라디소 대표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과 교향곡 9번 '합창'을 권했다.

그는 "클래식을 접하기 어려운 분들에게 권하는 곡으로 누구나 들으면 좋아할 만한 곡"이라고 설명했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중 월광은 아름다운 선율이 인상적이다.

교향곡 9번은 베토벤이 사상 처음으로 마지막 악장에 합창을 넣은 교향곡으로 이 곡이 발표될 당시 베토벤은 귀가 들리지 않는 상태였다.

이 곡을 들으면 베토벤이 말한 '고뇌를 통해 환희로'라는 뜻을 짐작할 수 있다.

"피아노 소나타 14번 1악장은 베토벤 전기 영화 <불멸의 연인(Immortal Beloved)>에서 정말 애틋하게 사용된다. 영화사에 남은 명장면이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베토벤이 피아노의 음색을 확인하고자 귀를 피아노에 밀착시키고는 조용히 건반을 누르는 순간 흘러나오던 곳이 바로 이 곡이다. 3악장은 배우 이병헌이 출연한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을 보면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이병헌 동생이 거리에 놓인 피아노를 연주하는 데 쓰인다. 1악장의 환상적인 선율과 달리 영화에 사용된 3악장은 무서운 속도의 질주를 보여준다."

▲ 심광도 대표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추천 음반.
▲ 심광도 대표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추천 음반.

심 대표는 음반으로 러시아 출신의 피아노 거장 에밀 길렐스(Emil Gilels)가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을 추천했다.

"1악장의 서정성도 훌륭하지만 '강철 타건'이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부술 듯 내달리는 그의 월광 3악장은 압도적이다. 음반 재킷도 너무나 아름답다."

심 대표는 베토벤 교향곡 9번은 베토벤 철학이 가장 잘 담겨 있는 곡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토벤의 고뇌를 뚫고 환희를 대표하는 곡"이라며 "이 곡이 초연될 당시 베토벤은 거의 청력을 상실해 청중의 반응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자신이 만들어 낸 명곡을 정작 자신은 듣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추천 음반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장으로서 악단을 이끈 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의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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