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주인 찾기 완료 기대 주변 상가 계약·새단장
"상반기 공장 활기 전망" 시, 매각 후 지원책 준비

"노동자들이 돌아와 이곳이 다시 활기를 찾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성동조선해양 매각 성사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민이나 상인들의 기대심리는 아주 높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기대심리로 최근 식당 몇 곳이 문을 열면서 기존에 있던 손님마저 분산되다 보니 더 어려운 실정입니다. 정말 지금이 최악의 '보릿고개' 같아요."

조선산업 몰락으로 긴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던 통영시 광도면 안정·황리 주민과 상인들이 성동조선해양 M&A 성사 가능성에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 호황으로 활기를 띠던 모습을 항공사진으로 담은 장면. /성동조선해양
▲ 호황으로 활기를 띠던 모습을 항공사진으로 담은 장면. /성동조선해양

지난 15일 정오 때 찾은 성동조선해양 인근 상가 거리는 점심시간이라는 게 무색하리만큼 썰렁했다. 하지만, 이날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참고 견딘 시련의 끝이 이제 보이려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게 문을 연 지 13년 돼 나름 고정 단골손님을 확보하고 있다는 한 식당에 들어서자 테이블 서너 곳에만 손님이 있을 뿐 한산했다. 가게 사장(42)은 "어려움 속에서도 지금까지 버텨 왔는데, 성동조선에서 다시 일하는 소리가 들리면 예전 같지는 않겠지만 식당도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희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성동조선 관련 뉴스가 크게 보도되지만 당장 좋아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예전에 식당을 했던 분들이 앞으로 공장이 잘 돌아갈 것이란 기대로 다시 점포를 계약하는 것으로 안다"고 에둘러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이날 상가거리를 둘러보니 새로 영업을 시작한 식당 등이 눈에 띄었다. 어떤 점포는 인테리어 작업이 한창인 곳도 보였다.

역시 황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49)는 "2015년 개업해 2년까지는 좋았다"며 "2017년 야드에 있던 남은 배 두 척이 인도되고부터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그나마 우린 가족끼리 운영하니 인건비 부담이 없어 버텨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수작업이 원만히 진행되면 4월부터 인력이 투입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 좀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인근에 편의점도 새로 들어서는 등 다들 희망을 품고 가게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정리에서 공인중개사사무실을 운영하는 강유진 공인중개사는 "안정·황리에 100여 곳 점포가 있는데 80여 곳이 폐업한 상태"라며 "최근 들어 기존에 가게를 운영하던 사람들이 다시 장사를 하려고 많이 문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얼마 전에는 경매에 나왔던 건물 몇 곳이 낙찰되는 등 모두 성동조선 매각 성사 기대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아파트 낙찰가는 매매가 대비 75% 수준이고, 상가는 이보다 더 낙찰률이 낮지만 성동조선 M&A 성사 이후 모두 낙찰률이 오르고 있다"고 부동산 시장 움직임을 들려줬다.

▲ 조선산업 위기로 통영 성동조선해양은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왼쪽 사진부터 텅빈 성동조선해양 야드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 조선산업 위기로 통영 성동조선해양은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왼쪽 사진부터 텅빈 성동조선해양 야드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성동조선 회사 내부에서도 이런 기대감은 드러나고 있다. 한때 협력사를 포함해 1만 명에 달했던 노동자는 2018년 8월 10분의 1 수준인 830여 명으로 줄었고, 현재는 660여 명이 남아 이 중 110여 명이 출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매각 성사와 고용승계 보장 등으로 지난해 4분기부터 추가 이직자는 급감했다고 회사 관계자는 귀띔한다.

회사 관계자는 "매각 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무급휴직 기간이 길어지자 이직하는 직원들이 꾸준히 나왔다"며 "하지만, 지난 10월 4차 매각계획이 발표되고, 11월 중순 우선협상대상자로 HSG중공업이 선정되는 등 매각 성사 가능성이 커지자 기대심리로 이직자가 줄었다"고 내부 사정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2월 중순 잔금 납입이 완료되고, 매각절차가 마무리되면 상반기 중으로는 공장이 활기를 찾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통영시도 매각이 성사되면 인수업체 금융 지원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일자리정책과 최창진 계장은 "성동조선과 DHI, 퍼쉬 등 안정산단 조선사들이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통영 조선산업은 다시 재편될 것"이라며 "당장 성동조선과 협력업체 등에서 3000여 명이 채용되면 안정·황리지역은 다시 활기를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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