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창원경상대병원과 병원 노동조합은 현재 근무하는 간호사 80여 명이 폭행과 폭언, 욕설, 모욕 행위 등과 같은 직장 내 괴롭힘을 지속해서 당하여왔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두고 지역사회와 여론은 따가운 눈총을 주고는 있지만, 결론을 내기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 현장의 민낯을 드러내는 직장 내 괴롭힘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7월 16일 근로기준법 76조를 개정하여 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처음으로 시행된 이후에도 직장 내 괴롭힘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에 먼저 주목해야 한다. 게다가 창원경상대병원 고충심사위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직장 내 괴롭힘 전수조사에서 조사 대상 간호사의 40%에 해당하는 80여 명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혀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일부 직장 상사가 하급자인 간호사를 수년에 걸쳐 폭행과 폭언, 욕설, 모욕 행위를 일삼아 왔는데도 징계조차 받지 않았다.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들이 지금에 와선 사과할 의향을 밝히고는 있지만, 이런 태도는 눈 가리고 아옹거리는 눈속임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이나 대형병원들의 신입 간호사 '태움' 관행을 근거로 하여 사회적 관심을 받기 시작하였다. 직장 내에서의 관계 또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업무 범위를 넘어서서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고통을 주거나 혹은 환경을 악화했을 경우에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된다. 피해자가 회사에 신고하면 회사는 즉시 조사에 착수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신고자는 근무지 변경 및 유급휴가 등과 같은 조치를 받고 가해자는 징계를 당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법 절차적 규정에도 관할 노동청에서 근로 감독이나 시정 지시를 내리는 것과 같은 의무적 처벌은 빠져 있다. 가해자에 대한 징계처분을 두고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해고나 정직과 같은 중징계가 아니라 경고나 감봉과 같은 형식적 징계로 사건이 마무리될 경우 직장 내 괴롭힘이 재발하지 않을지 의심스러워진다. 재발 방지를 위한 법 개정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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