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감독 탈권위 선언 눈길
데이터 야구·무한경쟁 강조

올해 서른여섯. 젊은 감독은 두려움과 설렘을 동시에 안고 시작점에 섰다. 지난달 공모를 거쳐 마산용마고 야구부 감독으로 선임된 진민수 감독 이야기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야구를 처음 접한 진 감독은 이후 마산용마고 코치, NC다이노스 운영팀을 거치는 등 야구와 평생 함께하기로 한 사람이다.

이달 8일 자로 정식 감독 계약을 체결한 진 감독은 "아직 얼떨떨하다"면서도 야구 명문 마산용마고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힘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진 감독이 그리는 올 시즌 마산용마고 야구는 어떤 모습일지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진 감독은 가장 먼저 '전국대회 4강 이상'과 '주말리그 권역별 우승'을 내걸었다.

지난해 마산용마고는 '전국대회 DNA'를 뽐내며 황금사자기 준우승을 차지했다. 전반기 주말리그에서 6전 2승 4패 5위를 기록하며 남겼던 아쉬움을 말끔히 씻은 동시에 통산 다섯 번째 준우승이라는 역사를 썼다. 특히 전국대회 7년 연속 4강이라는 금자탑도 쌓았다. 이후 후반기 주말리그에서 5승 1패를 남기며 상승세를 이어갔고, 대통령배 16강, 봉황대기 8강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2010년대 들어 매년 우승 문턱까지 간 팀이기에 신임 감독의 부담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터. 하지만 진 감독은 선수들을 믿고 한 걸음씩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진 감독은 "압박감이 상당하다. 그렇지만 지난 경험 덕에 선수들이 자신감을 많이 쌓았다. 선배들이 이룬 업적과 그들이 했던 야구를 지켜봤다는 경험은 쉽게 무시 못한다"며 "그 점이 마산용마고 야구부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4강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선수들과 함께 의지하며 나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물론 진 감독이 자신감 하나만 믿고 올 시즌을 치른다는 건 아니다. 이달 말까지 이어지는 통영 전지훈련에서 진 감독은 선수 성장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 올 시즌부터 마산용마고 야구부를 이끌 진민수 감독. /이창언 기자
▲ 올 시즌부터 마산용마고 야구부를 이끌 진민수 감독. /이창언 기자

진 감독은 "이제 다시 몸을 만들 시간이다. 시즌이 끝나고 꽤 시간이 흘렀기에 선수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다. 전지훈련에서는 체력 훈련과 타격 훈련을 주로 할 예정"이라며 "2월에는 창원리그, 고흥리그에 참가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려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진 감독은 '데이터 야구' 접목도 바라보고 있다. 프로야구처럼 방대한 자료를 기반으로 할 순 없지만 대신 작은 것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적용하겠다는 생각이다.

진 감독은 "아마추어답게 데이터 야구를 활용하며 안정적이고 강한 팀을 만들겠다"며 "우리 팀은 나뿐만 아니라 조정훈 투수 코치, 박으뜸 타격 코치 등 다른 코치진도 모두 30대 초·중반으로 이뤄졌다. 젊은 팀인 만큼 패기 있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초·중·고에서 뛰어난 실력을 뽐내면 선수들도 프로무대에 가면 좌절하는 일이 많다"며 "마산용마고는 그동안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에서 자주 지명받기도 했는데, 프로무대에 조금이나마 더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정신 훈련에도 신경을 많이 쓰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 진 감독이 활약을 기대하는 선수도 있다. 팀 마운드와 수비에서 주축이 되는 선수들로, 투수 이기용과 포수 박민준이다. 이기용은 지난해 41이닝을 소화하며 3승 1패 평균자책점 1.98을 남겼다. 부드러운 투구 자세와 수준급 변화구가 장점이라 평가받는 이기용은 올해 마산용마고 1선발로 활약할 예정이다.

포수 박민준은 지난해 64타수 16안타 타율 0.250을 남겼다. 타격 기록은 다소 떨어지나, 안방을 든든히 지키며 팀 수비를 이끌었다. 진 감독은 "수비적인 면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쌓은 선수다. 동계훈련 기간 타격을 더 끌어올린다면 올 시즌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 진 감독은 언제 어디서든 '경쟁'을 강조하겠다고 했다. 소수 선수에게 의지하기보단 팀 전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진 감독은 "선수·학부모 면담을 할 때마다 말하고 있다. 경쟁을 통한 야구를 하고 싶다고. 그 과정에서 선수들의 정신적인 성장도 이끌어내려 한다"고 말했다.

진 감독은 선수뿐 아니라 자신 스스로에게도 채찍질을 가하기로 했다. 권위의식을 버리고 친구 같은 모습으로, 형 같은 모습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가겠다는 게 한 예다.

진 감독은 "코치에서 감독으로 바뀌고 나서 선수들이 묻는다. 어떻게 대하면 되느냐고. 그저 예전처럼 대하라고 하고 있다"며 "선수들과 친근하게 어울리며 함께 발전을 이루어내려 한다. 하나 된 팀으로 말이다. 마산용마고 야구부 이름에, 지금껏 마산용마고 야구를 이끌었던 선배 감독·코치들께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젊은 감독이 이끄는 새로운 마산용마고 야구는 이르면 4월 전반기 주말리그를 통해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