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청년에겐 남 이야기
20∼30대 생각 대변할 정치인은?

언론에서는 서울 강남 집값의 오름세를 매일 중계하듯이 보도한다. 그에 발맞추어 정부에서는 수도권 지역의 집값 잡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그 어느 정책보다 자주, 그리고 빨리 '부동산 대책'을 내놓기 바쁘다.

나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에 대해 둔감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모든 주제를 빨아들이는 수도권 부동산 이슈에 불만이다. 내 주위 청년들은 모두 무주택자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청년들은 집 한 칸 마련하기 힘들어 이번 생에 집을 사는 것은 이미 포기했는데, 현실 정치는 청년들의 속사정에는 관심이 없다. 이미 집을 두세 채 가진 사람들의 집값을 오르거나 내리게 하는 데, 혹은 앞으로 집을 살 기성세대의 정상 가족에게만 관심을 둔다. 무주택자로 살기로 한 수많은 청년, 그리고 1인 가구들을 위한 이야기나 정책은 가끔 보도될 뿐이다.

3년 전 대기업에 입사한 동생은 초임 연봉이 상위 10% 안에 들지만 집을 산다는 생각은 자신을 비롯해 자기 또래의 그 누구도 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다고 자조했다. 서울 시내에 아파트를 산다는 것은 지금의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이미 남의 나라 이야기다.

수도권 지역의 집값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5060세대, 즉 우리들의 부모님 세대들에게는 아파트값이 인생의 전부이자 목숨과도 같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언제까지 대다수의 청년이 손에 만져볼 수도 없는 억 단위의 집값이 오르니 내리니, 살 수 있니 없니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있을 건가. 당장 치솟는 월세로 한 평 남짓 원룸에 사는 무주택자의 사정보다 이미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더 딱하고 중하단 말인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수도권의 집값을 중계하듯이, 폭등하는 월세와 청년들의 자가 주택 비율을 보도하고, 공공임대주택이나 혹은 월세의 정상화를 외쳤더라면 청년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었을까.

이제 '부동산 대책'은 이미 집을 가진 기득권층에 맞추어 내놓기보다는 청년 주거 마련 대책으로 담론을 바꾸어야 할 때이다. 그러나 무주택자 청년들의 이 주거 현실을 대신 목소리 내 줄 대의정치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국회나 정부가 무주택자인 청년들의 주거 정책을 수도권 유주택자만큼 신경 쓰지 않는 이유는 수치만 봐도 자명하다. 20대 국회의원의 55%가 다주택자이며 국회의원 전체가 보유한 주택의 수 522채 중 103채는 서울 강남 4구에 위치한다. 그리고 심지어 국회의원 중 무주택자는 단 10%에 불과하다. 바로 뉴스에서 연일 걱정해주는 그 집단이 우리들의 국회의원이다.

청년의 삶이 나아지기 위해서는 더 이상 기성세대들로만 구성된 국회를 믿어서는 안 된다. 내 목소리를 담아 정책을 만들 청년 정치인을 적극적으로 뽑아 내세워야 한다. 20대 국회의원 평균 나이 55.5세. 30대 의원은 단 3명. 이 수치가 우리나라 2030 청년 정치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21대 총선이 100일도 안 남았다. 하지만 아직도 각 지역구 의원 숫자와 지역이 획정되지 않았다. 총선 룰이 늦게 정해질수록 기존 의원들에게 유리하다. 이번 총선에서는 참신하고 열정 있는 청년들이 정치에 도전하여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줬으면 한다. 과연 몇 명의 의원이 청년으로 구성될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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