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주민 후유증 여전
20여 가구 이사·심리치료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주민들의 삶은 사건 전후로 완전히 달라졌다. 사고가 일어난 ㄱ동 80가구 가운데 20여 가구가 삶의 터전을 옮겼다.

지난 23일 찾은 아파트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평온했다. 하지만 관리사무소 근처에서 만난 한 주민은 사건을 기억조차 하기 싫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안인득의 참혹한 범행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경찰차·소방차 소리만 들어도 그날 일이 생각나서 무서워 치가 떨린다"고 했다.

다른 주민은 "우리나라는 사형이 내려져도 집행이 되지 않는데 반성은 못할망정 어떻게 한 번도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뉘우치질 않느냐. 정말 무서운 살인마다"라면서 안인득이 사형 선고를 받은 후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사실에 분노했다.

진주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따르면 사건으로 직접 피해를 본 주민 20여 명이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았다. 이 가운데 크게 다친 30대 여성은 아직도 수도권에 있는 한 병원에서 재활치료 중이고, 몇 명은 인근 병원에 다니며 통원치료를 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피해자들에게 재활치료비와 간병비·심리상담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사건 이후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트라우마), 대인기피증을 겪는 분들이 있어 일상생활이 어렵고 신체·정신적 고통이 여전하다"고 전했다.

당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으로 주민을 대피시킨 정연섭(29) 씨도 크게 다쳤다. 얼굴 부위에 수십 바늘을 꿰매야 했고, 신경 손상 진단을 받아 치료 후 다시 출근했지만 트라우마 진단을 받았다. 동료에게 피해가 된다는 생각에 일을 그만둔 정 씨는 현재 다른 직장을 찾고 있으며, 내년에 왼쪽 광대뼈 쇠 제거 수술이 예정돼 있다.

진주시보건소는 사건 발생 후 계속 아파트를 찾아 심리상담 치료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보건소 관계자는 "사건 트라우마를 겪는 아파트 주민을 위해 관리사무소와 함께 정신건강 상담 활동을 하고 있는데 상당수 주민이 이사를 한 상황이라 실제 상담 주민이 많지는 않다"면서 "후유증은 나중에도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내년에도 월 1회 또는 격월제로 상담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