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행정 관리 연계체계 구축
응급입원 등 적극적 조치 가능
"잠재적 범죄자란 편견 삼가야"

올해 경남에서는 유독 정신질환자의 범죄 사건이 두드러졌다. 지난 4월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사건이 대표적이다. 끔찍한 범죄에 대한 처벌은 당연하다. 다만, 정신질환자를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선 안 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치료'이며, 위험으로부터 자·타인 보호를 위한 '안전망'이 필요하다.

◇잇따른 정신질환자 사건 = 안인득(42)은 지난 4월 17일 진주 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던 주민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살해했고, 4명을 살해하려고 했다. 또 흉기로 2명을 다치게 했고, 주민 11명이 화재로 연기를 마셔 다치게 했다. 안인득은 지난 11월 27일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안인득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4월 24일 오전 9시 10분께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아파트에서는 정신질환을 앓던 18세 청소년이 위층 노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는 재판에서 소년법을 적용받아 장기 10년, 단기 5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치료감호를 명령받았다.

지난 6월 양산에서 정신질환을 앓던 40대 남성이 아들(3)을 태우고 고속도로에서 역주행하다 다른 운전자와 충돌해 3명이 모두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또 같은 달 고성에서는 2010년부터 정신질환 치료를 받던 50대가 대낮에 자신의 자녀가 다니던 학교에서 교사를 흉기로 위협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지난 5월 진주에서도 정신질환을 앓은 전력이 있는 50대가 식당에서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다 경찰에 붙잡혔다.

▲ 안인득은 지난 4월 17일 진주 한 아파트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던 주민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살해했다. 사진은 방화·살인사건 현장.  /경남도민일보 DB
▲ 안인득은 지난 4월 17일 진주 한 아파트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던 주민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살해했다. 사진은 방화·살인사건 현장. /경남도민일보 DB

◇응급·행정입원 적극 조치 = 진주 방화·살인사건 이후 경찰과 행정당국은 응급·행정입원 조치를 강화했다.

경남도는 지난 5월 경찰청·소방본부·보건당국 등과 '24시간 위기대응 체제'를 구축했다. 고위험 정신질환자 관리 연계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도 위험한 정신질환자가 입원을 거부할 때는 시·군·구청장이 행정입원을 결정해 우선 조치할 수 있도록 방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경남에서는 응급·행정입원이 크게 늘었다. 진주 방화·살인사건 이전 7개월간(2018년 9월~2019년 3월) 경남에서는 302건 응급·행정입원이 있었는데,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는 791건으로 약 2.6배 늘어났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진주 사건 이후 신고도 늘었고, 정신질환자 관리 연계체계가 구축됐으며, 경찰과 행정의 적극적인 조치가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경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도 "정신질환자에 대한 정보 공유가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그동안 사실상 방치돼 있던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발굴됐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응급입원은 정신질환자(추정 포함)가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클 때 경찰이 입원을 의뢰하는 조치다. 정신보건법에 따라 전문의 진단 등을 거쳐 임시적으로 3일 이내 입원한다. 행정입원은 위험이 큰 정신질환자를 자치단체가 보호자 역할을 대신해 진행하는 입원 유형이다.

경남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는 응급·행정입원 때 인권 침해 소지가 없도록 각별히 주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이 의뢰하면 상담과 평가, 전문의 동의 등 절차를 거친다. 최대 72시간 응급입원 조치 중에도 환자 본인이 원하면 퇴원한다"고 했다. 또 "행정입원은 보호자가 없거나 연락이 되지 않을 때 전문의 진단 등을 거쳐 이뤄진다. 보호자가 연락되면 계속 입원을 할지 말지 판단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고 했다.

◇잠재적 범죄자 낙인 안 돼 =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 비율은 정신질환을 앓지 않는 이들보다 현저하게 낮다. 대검찰청의 2018 범죄분석(2017년 집계) 자료를 보면 전체 살인·강도·방화·성폭력·폭력·상해 등 강력범죄자는 모두 36만 9362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정신장애범죄자는 0.83%(3065명)였다. 2016년 집계에서도 전체 강력범죄자(38만 3408명) 가운데 정신장애범죄자는 0.73%(2806명)였다.

정신전문의들은 대부분 조현병 환자가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지 않고, 꾸준한 약물 치료를 하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작으며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와 관련해 안인득을 정신감정한 공주치료감호소 의료부장(정신전문의)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달 동안 꾸준히 약물을 복용했을 때,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 되는 등 효과가 나타났다"며 "꾸준한 치료로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안인득에게 사형을 선고한 재판부는 "피고인(안인득)에게 온전히 책임을 돌릴 수만은 없다는 점이 고민되기도 했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이나 혐오가 발생하지 않기를 당부한다"고 했다.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큰 정신질환자가 꾸준히 치료를 받게 하려면 주변의 관심이 필요하다. 치료감호 시설의 확충도 필요하다. 현재 국내 치료감호소는 공주에 단 한 곳뿐이다. 치료감호자 1000여 명을 전문의 6명이 담당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는 지난 5월 조현병 증세가 있는 폭행·상해죄 20대 피고인에게 벌금형과 치료감호를 선고하면서 "치료감호소를 확충하고 운영 실태를 내실 있게 함으로써 재범 방지와 사회 복귀를 도모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신질환 범죄자를 단순히 처벌한다고 해서 거둘 수 있는 효과는 크지 않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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