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 창신학교 야구부부터
2019년 NC파크 개장시즌까지
지역 아마·프로야구사 총정리

오래전부터 '야구 도시'로 불렸던 창원지역 야구사를 정리한 책이 나왔다.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1914년 마산 창신학교(현 창신중·고)에 야구부가 생겼고 1970년대 마산상고(현 용마고)를 중심으로 고교야구 명성을 날렸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에는 롯데자이언츠 제2 연고지로서 야구 열정을 쏟아냈다. 그로부터 100년 뒤, NC다이노스가 창단되고 꿈의 구장인 창원NC파크가 개장했다.

<창원야구 100년사>는 191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창원지역 야구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마산과 비슷한 야구 역사를 자랑하는 인천·군산에 비해 늦은 편이긴 하나 지역 야구사를 정리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야구를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는 <경남도민일보> 남석형·이창언·민병욱 기자가 6개월간 취재했고 경남야구협회와 야구인, 지역민의 도움으로 책을 펴냈다.

책은 시대별로 구성됐다. 제1부 '구도 마산' 꿈틀(1914∼1945), 2부 아마 자존심(1946∼1981), 3부 롯데와 '아재들'(1982∼2009), 4부 진짜 연고팀 NC(2010∼2018), 5부 창원NC파크(2019∼)다.

창신학교는 1914년 야구부를 만든다. 일종의 일제강점기 의식 전환 수단이었다. 1911년 부임한 자산 안확(1886∼1946) 선생은 학생들에게 진취적인 의식·행동을 심어주고자 체육을 강조했다. "나라 없는 백성은 사후에 천당 거지가 되나니, 잃었던 나라를 찾기 위해 무엇보다 여러분의 정신자세가 중요하다.(중략)우리는 문도 해야 하지만 무도 닦아야 하겠다. 곧 건강한 신체가 나라를 찾는 원동력이 되니, 매일 집에서 체조하고 운동장에서 놀 때는 뛰면서 놀아라."(16쪽)

▲ '마산 야구' 초창기와 관련한 유일한 사진. 애초 '1922년 전 조선 야구대회에 참가한 마산 팀'으로 알려졌지만, 시기에 오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경남야구협회
▲ '마산 야구' 초창기와 관련한 유일한 사진. 애초 '1922년 전 조선 야구대회에 참가한 마산 팀'으로 알려졌지만, 시기에 오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경남야구협회

마산야구는 1920년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창신학교를 졸업한 김성두를 주축으로 지금의 야구동호회 격인 '구성야구단'이 결성되고 1928년 마산체육협회 재발족 이후 야구 활성화에 탄력을 얻었다. "구성야구단이 오래도록 회자하는 이유는 지역 청년 중심으로 마산야구 1세대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순수 동호회라는 점, 남다른 실력을 자랑했다는 점, 지역 유지들 관심이 높았다는 점 등 때문이다."(57쪽)

마산야구가 전국 무대에 눈 돌리기 시작한 건 해방 이후부터다. 1946년 9월 전국 순회 경기서 전승을 이뤘고 1947년 마산상업중학교(현 마산용마고)와 마산중학교(현 마산고) 야구부가 창단되면서 본격 '고교야구 시대'가 열렸다.

위용을 떨치던 마산야구는 1950년 6·25전쟁으로 직격탄을 맞게 된다. 한국전쟁 후 침체기를 겪었던 마산야구는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고 1980년대 경남대학교 야구부가 창단되면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야구단 연계 육성 시스템이 완성됐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하고 마산은 롯데 제2연고지가 된다. 마산서 처음 열린 프로야구 경기에 무려 3만여 명(수용 인원 1만 5000명)이 몰렸고 질서를 잃은 몇 관중은 유리창과 셔터를 부수고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마산 사람들의 그칠 줄 모르는 야구 사랑은 프로야구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이는 훗날 '마산아재'로 대표되는 이 지역 야구의 변신·도약 기틀이 됐다."(184쪽)

1990년대 마산지역 아마야구는 흥행 면에선 프로야구에 상당 부분 지분을 뺏겼으나 성적 면에선 부흥을 맞았다. 마산양덕초·경남대 야구부 창단으로 초·중·고·대 연계를 다졌고 이를 바탕으로 전국 대회에서 본격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냈다.

그간 번번이 좌절됐던 마산·창원지역 프로야구단 창단은 2010년대 재추진된다. 통합창원시 출범이 NC다이노스 탄생 촉매제가 됐다. 2011년 2월 NC다이노스가 창단됐고 빠르게 연착륙했다. "NC는 첫 시즌 '탈꼴찌 성공', 두 번째 시즌 '준플레이오프 진출', 세 번째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뤘다. 이는 이전 신생팀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과임을 알 수 있다."(323쪽)

▲ 지난 7월 21일 2019 KBO 올스타전이 열린 창원NC파크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 지난 7월 21일 2019 KBO 올스타전이 열린 창원NC파크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2018년을 끝으로 창원 마산야구장은 36년 추억을 남기고 주요 역할에서 비켜섰다. 창원시-NC다이노스-KBO가 구단 창단 과정에서 '새 야구장 건설'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새 야구장 위치 선정으로 지역 간 갈등이 있었고 우여곡절 끝에 지난 3월 '창원NC파크'가 탄생했다.

<창원야구 100년사>는 말한다. '야구는 지역사회 희로애락 품은 스포츠 그 이상이다.' 일제강점기 민족정신이 창원 야구를 잉태했고 지역에서 많은 야구인이 배출됐다. 롯데 경기가 열릴 때면 관중석을 꽉 메운 '마산 아재'가 등장했고 연고팀 NC다이노스가 이기면 함께 기뻐하고 지면 함께 슬퍼했다. 창원야구가 앞으로 지역민과 함께 또 어떤 새로운 역사를 쓸지 궁금해진다.

도서출판 피플파워 펴냄. 402쪽. 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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