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만의 X-마스 전통 됐다

일본에는 이색 크리스마스 음식이 있다. 바로 KFC 프라이드 치킨이다. 캐럴을 들으며 뜯는 닭다리라니.

일본 KFC는 크리스마스 한 달 전부터 크리스마스 메뉴를 예약 판매하고, 크리스마스 당일 매장 앞에는 치킨을 사려는 손님들이 줄을 이루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크리스마스 패키지 매출이 일본 KFC 연간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알려졌을 정도다.

이러한 인기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일본에서 KFC 치킨은 크리스마스 '전통 음식'으로 통한다. 칠면조도 아닌 치킨이 전통 음식이 된 배경에는 일본 KFC 1호점 점장의 '거짓말 마케팅'이 있다.

▲ 지난 11월 16일 일본 KFC 트위터에 올라온 크리스마스 패키지 예약 판매 글.
▲ 지난 11월 16일 일본 KFC 트위터에 올라온 크리스마스 패키지 예약 판매 글.

일본 KFC는 1970년 일본에 1호점을 열었다. 초기에 부진을 면치 못하던 중 매장 인근 유치원에서 의뢰가 왔다. 크리스마스 파티에 산타가 되어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점장이었던 오오카와 다케시 씨가 산타 복장을 한 채 치킨 배달을 했고, 파티는 대성공이었다.

다른 유치원에서도 산타와 치킨을 함께 주문하며 유명해졌고, 급기야 오오카와 씨가 일본 최대 공영방송 NHK에 출연하게 된다. 이때 오오카와 씨가 "서양에서는 일반적으로 크리스마스에 프라이드 치킨을 먹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거짓말을 해버렸다.

KFC는 이 인터뷰로 주목을 받자 1974년부터 '크리스마스엔 켄터키(Kentucky For Christmas)'라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인다. 캠페인은 엄청난 속도로 확산했고 치킨은 크리스마스 전통 음식이 되었다.

진실은 40여 년 만인 2018년 밝혀졌다. 한 팟캐스트와 인터뷰에 응한 오오카와 씨가 "당시 미국에서 치킨 대신 칠면조 요리를 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거짓말을 했다"고 털어놨기 때문이다.

뒤늦게 고백(?)했지만 '크리스마스=치킨'이라는 문화는 일본의 또 다른 전통이 돼버린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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