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1단계 사업 끝났지만
민간사업자 실시협약 해지요구
숙박시설·관광기반 구축 중단
경남도-사업자·대주단 협상 중
"국책사업 실패 박물관"지적

마산로봇랜드 사업이 수렁에 빠졌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11년 만인 올 9월 7일 테마파크 문을 열었지만 한 달도 채 안 돼 민간사업자(PFV) 경남마산로봇랜드㈜는 대주단에 갚아야 할 1차 대출금을 갚지 않았습니다. PFV는 10월 23일 채무불이행 사태 책임이 행정에 있다며 경남도에 실시협약 해지를 요구했습니다. 경남도와 창원시, 로봇랜드재단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해법은 보이지 않습니다. 로봇랜드 사업 경과와 쟁점을 짚어봅니다.

 

"어떻게 하면 국책사업이 망하는지 교훈을 새겨 실패 박물관으로 사용해 후손에게 남겨달라."

노창섭(정의당) 창원시의원이 지난 12일 허성무 창원시장에게 마산로봇랜드 사업 문제점에 대해 시정질문을 하면서 소개한 시민 의견이다.

PFV의 실시협약 해지 요구로 멈춰버린 로봇랜드 2단계 사업, 그로부터 한 달이 넘었지만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더구나 연간 150만 명으로 예상했던 테마파크 입장객은 석 달 동안 겨우 11만 명에 그치고 있다. 로봇랜드 2단계 사업도 불투명한 데다 테마파크 운영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경남도의회와 창원시의회서도 로봇랜드는 쟁점이었다. 경남도와 창원시, 로봇랜드재단은 뭇매를 맞았다.

◇11년 만에 테마파크 개장 =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바닷가 125만 9000㎡에 조성하는 마산로봇랜드 기반 조성과 공공부문 전시체험장·R&D센터·컨벤션센터(국·도·시비 2660억 원), 로봇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민간자본 1000억 원) 등 1단계 사업은 준공됐다. 2단계는 민자 3340억 원을 들여 호텔(160실)·콘도(242실)·펜션(104실) 등을 짓는 사업이다.

로봇랜드는 정부가 지능형 로봇을 미래산업으로 육성하고자 시작한 사업이다. 정부는 '지능형 로봇 개발·보급 촉진법'에 따라 로봇랜드 조성지 공모를 거쳐 2008년 최종 인천시와 경남도를 선정했다.

마산로봇랜드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최초 민간사업자 울트라건설의 부도로 사업이 중단됐다가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2015년 이어받았다. 대우건설은 건설공사를 맡은 컨소시엄 주간사회사이며, PFV 최대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PFV 참여사(지분율)는 대우건설(25%)·SK(8.3%)·정우개발(5%)·대창건설(4.1%)·KN건설(4.1%)·대저건설(8.7%), 대주단 다비하나(15%), 삼성증권(5%), 테마파크 책임운영사 서울랜드(4.9%), 로봇랜드재단(19.5%)이다.

인천시는 청라경제자유구역 76만 7000㎡에 로봇랜드를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로봇사업지원센터와 R&D센터 등 공익시설 2동만 2017년에 완공했다. 민간 투자자가 없어 테마파크·호텔·상업시설 등은 시작도 못 했다.

▲ 마산로봇랜드 1단계 사업으로 로봇랜드 컨벤션센터(오른쪽 건물)와 연구센터가 들어서 있다. 뒤에 보이는 다리가 저도연륙교고 이 일대가 호텔, 콘도 등 2단계 사업 예정지다. /경남도민일보 DB
▲ 마산로봇랜드 1단계 사업으로 로봇랜드 컨벤션센터(오른쪽 건물)와 연구센터가 들어서 있다. 뒤에 보이는 다리가 저도연륙교고 이 일대가 호텔, 콘도 등 2단계 사업 예정지다. /경남도민일보 DB

◇채무불이행·2단계 사업 중단 = 마산로봇랜드 PFV가 도에 실시협약 해지를 요구함에 따라 숙박시설 등 관광인프라를 구축하는 2단계 사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로봇랜드 건설공사를 맡은 대우건설 컨소시엄 등이 참여한 PFV는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대주단 다비하나인프라펀드로부터 950억 원을 빌렸는데 9월 30일까지 갚아야 할 1차 50억 원을 상환하지 않았다.

PFV는 펜션 터를 팔아 갚아야 하는데 경남도와 창원시가 제때 펜션 터를 넘겨주지 않은 행정의 잘못 때문에 채무불이행 사태가 생겼다며 실시협약 해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도, 창원시, 재단은 땅 매매계약을 요구하는 공문을 3번이나 보냈고, PFV가 1단계 사업 완료 6개월 전에 2단계 사업 실시설계를 제출해야 할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재단은 도로부터 95필지(22만 3904㎡), 창원시로부터 407필지(79만 5293㎡)를 넘겨받아 보유하고 있다. 펜션 터는 14필지 1만 6500㎡이며, 이 중 공유지 1필지 1421㎡만 소유권 이전을 위한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다.

쟁점인 귀책사유를 둘러싼 법적 다툼도 벌어질 수 있다. PFV는 협약이 해지됐다고 보고 있고, 도는 일방적인 해지 통보여서 협약이 유지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어쨌든 깔끔하게 펜션 터 전체를 PVF에 넘겨주지 못한 것은 행정의 잘못이다. 그러나 50억 원 때문에 협약을 해지하겠다는 것 또한 대우건설의 2단계 사업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도-대우건설·대주단 협상 = 경남도는 대우건설, 대주단과 로봇랜드 문제를 놓고 협상 중이다.

로봇랜드 사태에서 관건은 대우건설이 사업을 맡을 것인가다. 사업을 계속한다면 협약을 수정하는 협상이 진행될 수도 있고, 사업을 포기한다면 정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쟁점이다. 대우건설이 사업을 포기하면 새 사업자를 찾아야 한다.

천성봉 산업혁신국장은 "상대와 협상이 진행 중이라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 여러 갈래 방안에 대해 협상 중이다"며 "PFV의 실시협약 해지 통보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는 로봇랜드 사업 재구조화를 검토하고 있다. 천 국장은 "우선 50억 원 채무불이행 문제 해결부터 2단계 사업을 포함해 전면 재검토하는 방안까지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는 로봇산업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로봇랜드 활성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내년도 테마파크 업그레이드를 위한 국비 12억 원도 확보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