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외제차 세금 더 싼 경우 빈발
차량가격·환경기준 반영한 체계를

자동차에 부과되는 세금 중 매년 반복되면서 유독 입에 오르는 것이 있다. 바로 자동차세다. 매년 6·12월에 내는 자동차세를 1월에 선납하면 10%를 감면해주는 '자동차세 연납 제도'가 있다.

현재 자동차세는 배기량(㏄)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아무리 비싼 외제 차라도 배기량이 적으면 저렴한 국산 차보다 적은 세금을 낸다는 뜻이다. 7000만 원 상당의 외제 차를 타는 사람보다 2000만 원 상당 국산 차를 타는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데 선뜻 이해할 사람은 많지 않다.

과거 1967년 자동차세가 도입될 때만 해도 이런 문제는 없었다. 대체로 배기량이 큰 차량이 가격도 높아 배기량과 가격 간의 상당한 비례 관계가 성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외제 차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조세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학계와 정치권은 공감하고 있지만, 뚜렷한 개선 움직임은 없다. 다만, 2016년 9월 심재철(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자동차세를 가격 기준으로 매기자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으나, 지방세수 감소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위반에 따른 통상 마찰 우려 등으로 계류 중이다.

자동차세는 다양한 성격을 지닌다. 기본적으로 보유세 성격을 띠면서 대기오염 배출량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라는 규제 과세 성격이 있고, 차량 운행에 필요한 도로 건설과 유지에 대한 비용 충당이라는 사용자 부담금 성격도 띤다.

학계에서는 유럽에서 다수 도입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른 환경 기준과 조세 부담능력을 고려한 가격 기준(고가 차량을 구매한 사람은 그만큼의 조세 부담능력도 있다고 보는 관점), 두 과세체계가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

최근 경남도의회가 발간한 <정책프리즘>에서 대안의 하나로 차량 가격과 환경 기준을 결합한 새로운 과세 체계를 제안했다. 현행 배기량 기준이 안고 있는 역진성과 소득 재분배의 한계로 이 논란이 시작되었으므로, 대체 과세체계는 가격 기준으로 설정하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른 세액을 인센티브로 감면해주는 안이다.

다만, 업계와 납세자 혼란을 최소화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특히 세율 구조는 자동차세가 주요 세입 재원인 기초자치단체의 세수가 이전보다 줄어들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해야 한다.

미세먼지 문제로 국민적 관심이 높은 가운데 환경 과세의 필요성에 동감하지 않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와 같은 정도로 재산이 많은 사람이 세금도 많이 내야 한다는 일반론도 필수적인 고려사항이다. 추가로 연비도 기준 중의 하나로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자동차가 사치성 재산의 대표적인 상징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더는 사치성 물품이 아닌 보편적인 재화로 자동차를 바라보는 국민 시각이 바뀌었는데도, 조세체계는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주민 생활과 밀접한 자동차세를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하고자 국민의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공모도 필요한 시점이다. 자동차 1대에 부과되는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까지 포함한다면 그 종류는 11개를 넘어선다. 조세가 모든 국민을 만족하게 할 수는 없지만, 어떠한 조세도 시대의 맥락 안에서 존재해야 한다는데 이견은 없을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불합리함을 이야기하고 있다면, 지금이 자동차세 개편의 적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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