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로 국회를 파국으로 몰고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파국에서 누가 옳은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그러나 누가 봐도 상정된 전체 법안을 앞에 두고 필리버스터 신청을 한 것은 무리가 있다. 국회 앞에서 눈물 흘리는 민식이 부모의 모습이 그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

필리버스터는 시간 제한 없이 특정 안건에 대해 토론하는 것으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이다. 국회가 힘의 논리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된 장치의 하나이며 이것을 행사하는 것 자체는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문제는 빤히 보이는 자유한국당의 속내이다. 자유한국당도 이유는 있을 것이다. 여·야간 심각해진 불신의 원인이 자유한국당에만 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들의 당리당략을 위해 하필 한시가 급한 민생법안들을 볼모로 잡은 것은 스스로의 한계를 국민에게 드러낸 것과 진배없다.

더불어민주당은 필리버스터를 무력화 하는 방안의 하나로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과 소위 '4+1' 공조를 강화할 태세다. 계획대로 되면 필리버스터를 뚫고 공직선거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포함한 주요 안건을 처리할 수 있다. 정치의 최종 책임을 진 여당 원내대표가 끝까지 설득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뜬금없는 단식으로 대화 실종 사태로 이끌어간 것은 자유한국당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이후 '민식이 법' 등 현안 민생법안을 우선 처리하자는 제안을 했다. 이것은 다분히 국민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이는 공직선거법과 공수처설치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서는 아예 협상조차 않겠다는 태도에 전혀 변화가 없는 것이다. 속이 훤히 보이는 술책이다.

국민은 정치공학적으로 이번 사태가 해결되는 것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 이 말은 여당이건 야당이건 서로의 판단과 선택이 국민 앞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은 정치가 무릎을 맞대고 치열하게 논쟁하면서 어떻게 하면 국민과 나라를 복되게 할지 고민하고, 그렇게 정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요즘 정치는 그 기본을 너무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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