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수치기 계속 이어가는 '축'
아집 탓 고통 짊어질 이유 없듯
걸려들면 활로 내주고 새 길로

돌을 잡는 기술 중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기본적인 기술은 축과 장문이다. 축은 한자로 '쫓다'는 의미의 逐(축)이다. 축은 공을 쫓는다는 의미의 축구처럼 돌을 쫓아 단수를 치면 된다. 주의해야 할 사항이 하나 있는데 단수치는 방향은 상대가 두어서 활로가 늘지 않는 곳으로 계단 모양으로 해야 한다. 초급자의 경우 축이 되는지 몰라 계속 돌을 끌고 나가는 경우가 있다. 축으로 패하는 경우만큼 허망한 예는 없을 것이다. 아직 둘 곳이 많이 남아있는데 고집스럽게 나가서 패망하고 마는 것이다.

인생에도 이런 일이 허다하다. 그리고 축인 줄 알면서도 끝까지 나가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은 고치려하지 않고 상대방만을 탓하는 특질을 지녔다. 인생의 항로가 잘못되었다고 판단되면 즉시 항로를 수정해야 하는데 우악스럽게 밀고 나간다. 바둑은 지면 다시 두면 그만이지만 인생에서 낙오되면 다시 되돌리긴 여간해서 쉽지 않다.

축으로 잡히는 경우 대처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이다. 축에 몰린 돌을 즉각 포기하는 것이다. 돌을 버림으로써 다른 곳에 두 번 둘 수가 있다. 축에 몰린 돌은 무작정 나가지 말고 축머리를 활용하면 된다. 축머리란 바둑에서 고도의 기술로 꼽히는데 효과적으로 활용을 하면 잡힌 돌보다 더 크게 집을 지을 수 있다. 왜냐하면 바둑은 돌을 많이 잡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집을 많이 지은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 ▲그림1 흑이 백을 단수 치는 선택지 A·B
                    ▲ 그림1 흑이 백을 단수 치는 선택지 A·B

그림1을 보자. 흑이 백을 축으로 잡으려면 A에 단수해야 할까, B로 해야 할까? A로 단수를 한다면 백은 B로 나갈 것이다. 그럼 백의 활로는 3개로 늘어나 백을 잡을 수 없게 된다. 백을 축으로 잡으려면 B로 단수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백이 축을 모른다면 A의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그럼 결과는 그림2와 같이 된다. 이런 결과로 백이 잡히는 것이다.

▲ ▲그림2 흑이 B로 단수 친 경우
▲ 그림2 흑이 B로 단수 친 경우
▲ ▲그림3 백이 축머리를 쓴 경우
                       ▲ 그림3 백이 축머리를 쓴 경우

하지만 축머리를 쓰면 어떻게 될까. 그림3을 보면 비록 백돌 두 개는 잡혔지만 백은 흑집에 거의 상응하는 집을 지을 수 있다. 한자성어 중에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는 말이 있다. 꾀 많은 토끼는 굴을 세 개나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화를 모면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축머리를 써 화를 면할 수 있지 않은가.

우리는 학교나 사회생활에서 여러 과목을 배워왔다. 수학과 영어, 과학과 지리, 혹은 사랑과 이별. 살면서 여러 과목을 익히는 이유는 자칫 축에 몰렸을 경우 이를 극복하고 만회하는 수단으로 삼기 위해서는 아닐지.

오늘도 필자는 이 지면에 쓰는 글을 축머리 삼아 하루하루를 버티어 가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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