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민 주축 투쟁'의미에 비해 푸대접
유물 한곳에 모아 후세 공유하게 해야

4·3 삼진의거는 3·1 기미독립만세 운동 중 참여 규모와 희생자 수에서 국내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것으로 정평 나 있다. 지금은 창원시 마산합포구로 행정구역이 바뀌었지만 진동·진북·진전면민들이 연합 시위대를 형성하여 조선의 자주독립과 민족자결을 부르짖으며 일본 경찰과 맞서 싸우다 8명의 희생자를 낸 대규모 저항운동이다.

창원시가 올해 그때 거사일에 맞춰 100주년 재현 행사를 마련한 것은 만시지탄이기는 하나 참으로 잘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얼마 전 학술 심포지엄을 열어 지역 항일투쟁사와 그와 관련한 정신문화 유산을 반추해보는 기회를 둬 다행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한가. 이와 같은 자문은 지역 독립 만세 운동이 제대로 대접받고 있는가, 또 후세들이 기억하기에 부족하지 않을 만큼 널리 공유되고 있는가 하는 질문과 연관된 것이다. 학술 심포지엄에서는 당시 실상을 재음미하는 수준에 그친 감이 없지 않다. 뿐만 아니라 예시된 항일 투쟁 과정도 사료 불충분으로 진실을 제대로 담아내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두게 한다. 그나마 그 자료에 따르면 현재 창원시 관내에 소재한 기념시설은 12개에 이른다. 모두 근래에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주민 자력이나 민간단체가 주도한 것이 거의 전부다. 지방자치제가 굴러가기 시작한 지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자치단체 차원의 손길은 전무하다시피 한 게 사실이다. 일본은 전범들 위패를 늘어놓고 신사참배를 계속해오고 있지 않은가. 그들의 식민지배에 저항한 순국선열의 위명은 상대적 푸대접 속에 냉대받고 있음이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3·1 독립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이 단지 일회성 재현행사라든지 전시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라 할 만하다.

창원은 100만 대도시로 경남의 중심이다. 이런 큰 도시라면 선열들의 독립운동을 한눈에 조망해볼 기념관 한 개 정도는 둘 여력이 충분하다. 후세 교육을 위해서라거나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진부한 배경론을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토착민들이 주축이 된 독립의 혼불을 되살려 역사의식을 함양하기 위함이다. 따지고 보면 마산 3·15의거나 부마항쟁, 6·10항쟁 등 불의에 맞서 분연히 표출된 이 지역 특유의 시민 정신이 지역 독립 만세운동과 연계 선상에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것이 바로 이곳 시민들의 자부심이요 긍지 아니겠는가.

창원시는 올해 초석을 까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만족한다면 아니함만 못하다. 이제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 4·3 삼진의거를 중심으로 하는 독립운동 관련 지역사와 유물을 한곳에 모아 누구나 쉽게 접하게 하는 것을 100주년 이후의 과제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 속단할 수는 없지만 연구와 조사 활동을 고도화한다면 민간인이 소장한 숨겨진 자료도 다수 확보할 수 있을 게 틀림없다. 비단 창원에만 국한할 필요도 없다. 경남의 주요 기록을 함께 전시할 공간으로 활용한다면 더욱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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