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후] 2019 합포만현대음악제
악기가 지닌 고유 음색에 실험적 소리 조합 인상적

지난 15일 오후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열린 2019 합포만현대음악제에서 국악기가 관객에게 말을 걸었다.

'흔히 듣던 음색이 아니라 놀랐니? 내가 이런 소리를 내는지 몰랐지?'

가야금·생황·해금 등이 안겨주는 낯선 충격이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관객이 미처 몰랐던 국악기의 매력을 작곡자는 뽑아냈고 관객은 열린 마음으로 그 순간을 즐겼다.

합포만현대음악제는 지난 1995년 마산지역 작곡가들이 모여 시작했다. 현대음악을 공유하고 새로운 음악에 지역적 색채가 가미된 음악을 선보이는 자리다. 매년 운영위원회(김호준·이형근·한정훈·전욱용·임지훈·김지만·배우민)가 주제를 정하고 작곡가들이 주제에 맞는 곡을 쓴다. 올해는 국악앙상블(15일)과 피아노(16일)를 위한 창작곡을 발표했다.

첫째 날은 이형근의 가야금·생황·해금을 위한 '몽환의 숲'을 비롯해 김지만의 25현 가야금과 대금을 위한 '정중동(靜中動)', 임지훈의 25현 가야금과 판소리 '사월청화', 박규동의 대금 솔로를 위한 '새벽길'을 선보였다. 또한 최천희의 2대의 가야금을 위한 '놀이', 임주섭의 독주 해금을 위한 '시조-10', 진규영의 여창과 생황을 위한 '흰 상여', 이문석의 소리와 국악 앙상블을 위한 '심(心)'이 관객과 만났다.

▲ 현대국악앙상블 굿모리 소속 엄윤숙 가야금 연주자가 지난 15일 창원 성산아트홀 합포만현대음악제에서 '25현 가야금과 대금을 위한 정중동'을 연주하는 모습. /배우민 작곡가
▲ 현대국악앙상블 굿모리 소속 엄윤숙 가야금 연주자가 지난 15일 창원 성산아트홀 합포만현대음악제에서 '25현 가야금과 대금을 위한 정중동'을 연주하는 모습. /배우민 작곡가

연주는 현대국악앙상블 굿모리가 맡았다. 연주자들은 개인 마이크 없이 악기가 가지는 고유의 음색을 날것으로 들려줬다.

김지만의 25현 가야금과 대금을 위한 '정중동'은 가야금과 대금의 미세한 떨림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곡이었다. 실내악 규모의 공연이라 연주자의 표정, 손놀림, 악기의 음색이 관객에게 오롯이 전달됐다. 최천희의 2대의 가야금을 위한 '놀이'는 편안하게 듣기 좋았고 임주섭의 독주 해금을 위한 '시조-10'은 해금에 대한 선입견을 깼다. 임주섭 영남대 교수는 "해금을 해체해 기존에 듣지 못한 소리를 조합해서 실험적인 소리를 만들어냈다. 해금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곡"이라고 말했다.

관객들은 작곡가와 연주자에게 박수를 건넸다. 관객 김은택(25) 씨는 "대학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으로 지역에서 열리는 합포만현대음악제가 큰 도움이 된다"며 "오늘 열린 국악앙상블을 위한 창작음악의 밤 콘서트는 국악기의 타악적인 소리가 흥미롭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온 러시아아카데미폰드 이동욱 한국의장은 합포만현대음악제를 높이 평가했다. 이 의장은 "작곡가들이 25년간 힘들게 싸워온 거다"며 "눈앞에 바로 결과물이 보이지 않지만 지역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쳤고 이런 음악제는 제도적으로 키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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