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이 2년을 경과하면서 성평등 확대를 위한 새로운 모색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도가 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다. 다른 사회운동과 마찬가지로 여성운동 역시 서울 중심의 담론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미투운동의 시작을 서지현 검사 폭로로 잡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 기점에는 서울 지하철 혜화역의 여성 피살 사건이 있었다. '서울 혜화역 사건'은 여성혐오범죄 실상과 함께 여성이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생명권의 위협 앞에 무방비 상태인 처지임을 세상에 알렸다. 그러나 혜화역 사건이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일어났다면 세상을 들어 움직일 만한 반향은 없었을 것이다. 서울 혜화역 사건을 여성혐오범죄의 시작으로 보는 것조차 타당하지 않다. 경남만 하더라도 훨씬 앞서 무학산을 등산하던 여성이 생면부지의 남자로부터 성폭력을 피하려다 피살된 사건이 있었다. 다른 지역을 보더라도 여성혐오 범죄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이 점에서 서울 중심으로 가치가 매겨지고 평가되는 미투운동 흐름에 대해 불편해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지역의 목소리에 주목해야 한다.

경남의 경우 미투운동의 흐름을 반성매매운동과 연계하자는 제안이 최근 여성단체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제기되었다. 미투운동의 흐름에서조차 소외된 성매매·이주·장애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는 일반적인 여성들보다 훨씬 더 심각함에도 법적 보호에서 취약하다. 특히 성매매 여성은 우리 사회의 강고한 성폭력 구조에서 가장 큰 인권 유린을 겪고 있는 피해자임에도 자발성을 빌미로 거의 조명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미투운동이 성매매 여성의 인권 실태 부각이나 반성매매로 확산한다면 매우 뜻깊을 것이다. 문화예술계 미투 운동이 활발했던 부산의 경우는 성폭력 피해를 폭로한 문화예술인들이 협업을 통해 미투운동을 기억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지역사회와 지역의 현안에 뿌리를 두고 추진되는 미투운동 흐름이 제안이나 시도에 그치는 것을 넘어서서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려면 여성운동가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사회적 연대, 지자체 지원과 더불어 남성들의 반성과 동참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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