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전시성 교류에 그쳐
거시적 계획 필요성 공감
섬세한 지원책 부족 지적

지난 26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우리나라 국제문화교류 정책 방향과 사례를 통해 경남 국제문화교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세미나에서 나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경남이 처한 현실과 과제는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국제문화교류 주체가 변하고 있다. 국가에서 지역으로, 공공기관에서 민간으로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역과 민간이 국제문화교류 활동을 하기엔 지속성이 떨어지고 기반이 튼튼하지 못하다.

지역 예술단체와 예술가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국제교류사업에 노크해도 진입장벽이 높아 미끄러지기 일쑤다. 사업 수혜자 대부분이 서울·경기지역에 몰렸다.

실제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대안정치연대 최경환 의원(광주 북구을)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공모사업 선정 결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선정 건수가 서울(57.4%)·경기지역(14.5%)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은 2.2%였다. 이제 경남도가 나서 국제문화교류 주체가 변하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정책 방향 설정과 제시가 필요하다.

▲ 지난 26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주최 국제문화교류 활성화 방안 모색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이용민(맨 오른쪽) 통영국제음악재단 예술기획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
▲ 지난 26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주최 국제문화교류 활성화 방안 모색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이용민(맨 오른쪽) 통영국제음악재단 예술기획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

◇아시아 국가와 행정교류 중심 = 변철희 경남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 연구위원은 이날 경남도 국제문화교류 현황 발표에 앞서 "모든 사업과 행위주체(공공·민간)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 한계를 갖고 있어 보완할 부분이 많다"고 했다. 그는 도 문화예술과 자료와 <경남일보> 기사 등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발표했다.

변 연구위원은 "경남의 국제문화교류는 자매도시 중심이며 협력 대상지역의 54.8%가 중국·일본 등 인접한 아시아 국가에 집중돼 있다"며 "또 많은 부분이 행정기관 위주로, 민간 부문 국제문화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변 연구위원은 "18개 시군이 27개 국가, 135개 지역과 다양하게 교류하고 있지만 기념식 참석 등 행정교류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단발적 사업이나 전시성 행사 위주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남도가 국제문화교류의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는 기본계획과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게 급선무"라며 △조례 제정 △전문인력 양성 및 역량 강화 △정보 공유 네트워크 구축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 통영 극단 벅수골 작품 〈사랑 , 소리나다〉. 올해 이탈리아에 초청돼 공연을 펼쳤다. /경남도민일보 DB
▲ 통영 극단 벅수골 작품 〈사랑 , 소리나다〉. 올해 이탈리아에 초청돼 공연을 펼쳤다. /경남도민일보 DB
▲ 진주 극단 현장 작품〈정크, 클라운〉. 올해 중국에 초청돼 공연을 펼쳤다. /경남도민일보 DB
▲ 진주 극단 현장 작품〈정크, 클라운〉. 올해 중국에 초청돼 공연을 펼쳤다. /경남도민일보 DB

◇분명한 방향성·인력양성 노력 = 경남도는 2007년부터 문화예술단체 해외교류지원사업을 추진했다. 올해는 2017·2018년 국제교류마켓 참가지원사업에 이어 한인축제 참가지원사업, 해외아트마켓 개척지원사업, 국제교류마켓 참가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진희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예술진흥팀 대리는 "그간 경남도와 예술단체가 국제교류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목표와 방향성이 없었고 지역 예술단체에 중앙의 국제교류사업 진입장벽은 너무 높다"고 지적하며 앞으로 "거시적이며 섬세한 정책, 재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예로 △국제교류 전문인력 양성 △장르별·권역별 시장조사와 연구 등을 제시했다.

이수진 창원문화재단 공연사업부 대리는 민간예술단체(청배연희단·거문고팩토리)의 해외진출 사례를 통해 지자체에 제안을 했다. 그는 "경남만의 매력적인 장르를 개발하는 등 중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공격적이고 전략적인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용민 통영국제음악재단 예술기획본부장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며 전문인력 양성을 언급했다. 덧붙여 이 본부장은 "100% 지원을 받아 국제교류에 성공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예술단체 스스로 노력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퓨전국악밴드 제나탱고. 올해 영국에 초청받아 공연을 펼쳤다. /경남도민일보 DB
▲ 퓨전국악밴드 제나탱고. 올해 영국에 초청받아 공연을 펼쳤다. /경남도민일보 DB

◇"공모사업 수도권 편중 개선필요" = 종합토론 후 참석자 질의가 이어졌다. 모형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기획홍보팀장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모사업 선정결과를 보면 서울·경기지역에 집중돼 있다"며 "국제문화교류의 작품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한국 문화의 다양성 차원에서 지역별 인구분포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에 오선명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교류부 차장은 "신청 자체가 서울·경기지역이 압도적으로 몰려있는 편"이라고 운을 뗀 후 "성별·지역·나이 등을 고려해 심의위를 구성하고 독창성·수행력·단체역량 등 기준에 따라 선정하지만 결과를 보면 대부분 서울·경기 중심이다. 점차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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