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록원이 지난해 5월 전국 최초로 만들어졌지만, 기록물 보존 작업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전국 처음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 작업 속도가 더딘 측면도 물론 있다. 하지만 기록원 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지방자치법과 같은 관련 법 개정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인식의 공감대도 넓어지고 있다.

현재 국가기록원은 중앙정부가 중심이 되어 만든 각종 자료를 수집하고 보존하는 일을 한다. 이에 반해 경남기록원은 지방자치 관련 업무와 함께 지역사회의 자료들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지역사회에서 일어난 사건과 사고뿐만 아니라 지방자치 역사에 관한 자료들은 흘러가 버린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영국 역사학자인 이 에이치 카(E. H. Carr)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경구로 표현했다. 과거의 일을 흐릿한 기억으로만 남겨 둘 수는 없다. 시간의 흐름 속에 기억은 망각으로 나아가면서 이 망각은 또다시 왜곡과 굴절이라는 의식의 변형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고작 몇 년 전 일어난 사건이나 사고마저도 왜곡하려고 드는 개인이나 집단이 우리 주위에 존재한다. 만약 과거의 기록이 없다면 이런 악의적인 행위를 공정하게 판단하기란 정말로 어려운 일이 된다. 게다가 지역사회의 일들은 그리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하다 보니 시간이 흘러가면서 쉽게 잊히곤 한다. 그러나 지역사회에 대한 기록과 역사는 지역주민 처지에선 평범한 소시민들의 역사이자 작은 생활지역 이야기이다. 1945년 해방 이후 전국 7대 도시에 포함되었을 만큼 큰 도시였던 마산이라는 지명이 21세기에 태어난 세대들에겐 역사 속 도시로밖에 여겨지지 않는 인식의 간극을 이해하려면 기록물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도내 다른 군 단위 지역들도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이미 상당수는 사망 선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이젠 인정해야 한다.

과거를 추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면서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려면 과거와 현재의 대화는 필수적이다. 또한 과거의 잘못이나 비슷한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면 과거 기록들을 바탕으로 한 판단 근거가 존재해야 한다. 바로 이런 문명적 진화에 기록의 역사는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필요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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