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경남지부, 창원 태봉고서 공개 계기수업 진행

"이제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고, 인권, 평화를 더 생각하게 됐어요."

창원 태봉고 2학년 1반 학생들이 19일 낮 12시부터 12시 50분까지 '일본 경제침략·역사왜곡 바로 알기' 공개 수업을 마치자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이날 수업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가 주최한 계기 수업이었다. 전교조는 지난 2일 역사 계기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6일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공개 수업을 추진하고 있다.

엄하민 학생은 "2학기 들어서 일본과 과거 우리 역사에 대한 수업을 계속 들었다. 우리가 일본에는 피해자이지만, 다른 국가를 대상으로는 또 가해자이기도 한 사실을 알고서 반성도 함께 하게 됐다.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생각할 수 있는 수업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이날 반 학생 14명이 수업 마지막에 칠판에 붙인 글에서 학생 대부분 비슷한 결론에 이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도화 역사교사는 이날 조별 토론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물었다. 학생들은 '역사를 제대로 알기', '이념이 다르다고 헐뜯지 않기',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하기', '역사 시간에 자지 않기', '수요집회에 참여하자' 등의 의견을 냈다.

▲ 19일 오전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태봉고등학교에서 '일본 경제침략·역사 왜곡 바로알기' 공개수업이 열렸다. 이날 수업을 진행한 오도화 역사교사가 학생들과 주제별로 토의하며 수업을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 19일 오전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태봉고등학교에서 '일본 경제침략·역사 왜곡 바로알기' 공개수업이 열렸다. 이날 수업을 진행한 오도화 역사교사가 학생들과 주제별로 토의하며 수업을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오 교사는 4개 모둠으로 나눠 앉은 학생들에게 각자 4가지 사실에 대해 고민을 나누게 했다.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주용근 씨, 베트남 빈호아 마을의 한국군 증오비, 제주 섯알오름 민간인 학살, 일본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한 네덜란드인 얀 할머니 사례를 각각 제시했다.

각각 사건들에 대해 가해자, 피해자가 누구인지, 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지 않는지 등을 학생들이 생각을 한 후 의견을 나누는 형태로 수업은 진행됐다.

학생들은 왜 일본이 한국에 사과와 배상을 하지 않는지에 대해서 "사과나 배상을 하면 잘못한 것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과거를 인정하기보다 숨기고 싶어서다"라고 답했다.

또, "인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평화를 추구하는 생각으로 바뀌면서 이제 전쟁 범죄에 대한 처벌 요구가 높아졌다"고도 말했다.

이날 오 교사는 일제 강점기에 대한 수업을 '전쟁과 침략'이라는 근본적인 부분으로 확대해서 고민할 수 있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오 교사는 "학생들이 무조건 일본에 대한 반감을 가지는 것은 우려스럽다. 평화가 중요하다고 여기고 평화감수성을 키울 수 있게 수업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일본 나가사키 평화자료관 기무라 히데토(76) 활동가도 수업을 참관하고, 공개 수업에 참여한 역사 교사 10여 명과 수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그는 지난 16일 일본에서 강제동원 피해 사실을 알렸던 서정우(1928∼2001) 씨의 의령 생가 등을 방문하러 왔다가, 이날 역사 공개 수업 소식을 듣고 참관했다.

기무라 활동가는 "오늘 수업은 일본 대학의 평화학교 수업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수업을 하는 것을 보고 한국이 건강한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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