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공룡에 밀려 옛 명성 잃어
60년 세월은 지역의 역사

창원시는 '유통 공룡'이라 불리는 스타필드 입점 여부를 놓고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숙고 중이다. 창원시 의창구·성산구는 물론이고 마산합포구에 위치한 전통시장들까지 스타필드 입점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한숨을 쉬고 있다.

필자의 지역구에도 유사한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가구계의 공룡'이라는 이케아 동부산점의 내년 입점을 앞두고 북마산 가구거리 상인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북마산 가구거리는 1959년 '중앙가구사'가 개업하면서 입소문이 나 가구를 사려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다시 이들을 잡고자 가구점이 들어서는 자연 발생적인 가구점 집적지로, 한때 최고 49개 가구 전문점이 들어선 가구 쇼핑의 1번지였다.

마산이 전국 7대 도시이던 왕년에는 가구를 사려는 사람은 한 번쯤 들르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거리였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사 간 가구들로 삶을 일구었다. 신혼살림을 준비하러 온 부부는 머지않아 아이 책상을 사러 오고 이어 내 집 장만의 행복감에 발걸음 가볍게 가구거리를 찾았을 것이다. 그 아이가 자라 다시 새로운 가정을 꾸리면서, 가구는 그렇게 우리네 삶의 모퉁이 모퉁이마다 존재했고, 북마산 가구거리는 지역민들의 추억의 장소가 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오면서 전반적인 전통시장의 쇠락과 함께 인터넷 발달, 상권 이동 등으로 예전 명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른 지역 가구거리와는 달리 번화가인 창동·오동동에 인접해 있다는 장점도 무색하게, 창동·오동동마저 활력을 잃어갔다.

그동안 1995년 창립한 '북마산가구 상인회'와 필자는 무던히도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였다. 50주년인 2009년에는 대대적인 행사도 벌였다. 공영주차장 건립, 전자상거래 도입, LED 전광판 설치 등 사업을 벌였으나 예전 활기를 되찾기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인근 부산에 이케아 동부산점이 들어서면 그나마 오프라인에서 가구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까지 스펀지처럼 빨아들이지 않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상인회와 필자가 공동으로 생각해 낸 방안은 '특화 거리' 조성이다. 북마산 가구거리를 가구 전문 특화 거리로 지정하면 가구점 연합 공동상품을 개발하는 등 사업을 벌일 수 있다. 무엇보다 올해로 60년을 맞아 그동안 잊힌 관심을 환기하고 다시금 북마산 가구거리의 존재를 알릴 호기가 될 것이다.

필자는 북마산 가구거리를 특화 거리로 조성하기 위한 조례를 준비 중이다. 인근 전북 군산의 짬뽕 거리, 전남 남도음식 거리가 이 같은 조례에 근거해 운영되고 있다.

북마산 가구거리를 개별 가구 브랜드의 판매처가 모여 있는 곳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무려 60년 동안이나 한 자리에서 하나의 주제로 지역민과 함께한 세월과 그 추억을 생각해 지역의 역사로 여겨주고 사랑해 주었으면 한다.

가구와 삶을 분리할 수 없는 것처럼 북마산 가구거리와 지역민의 삶을 이어 로컬푸드처럼 '로컬퍼니처'로 생각할 수는 없을까.

가구 구매 계획이 있는 분이라면 이번 주말 북마산 가구거리에 한번 가보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30여 개 가구 브랜드가 짧은 거리 안에 다 모여 있어 '발품 가성비'가 최고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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