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시작된, 자영업자들의 자발적인 공동체 운동인 '선한 영향력'이 경남에도 확산하고 있다. 서울 한 파스타 가게 대표인 오인태 씨가 결식아동에게 지급되는 '꿈나무 카드'의 존재를 알고 나서, 대상 아동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카드를 미리 확인하지 않고 음식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선언한 일에서 비롯되었다.

한 개인의 결식아동 돕기 선언 이후 많은 자영업자가 SNS를 통해 동참을 선언하면서 '선한 영향력'의 물결을 이루어가고 있으며, 지역별로 동참을 선언한 자영업자 명단이 인터넷에 속속 올라오는 중이다. 추석 연휴에도 문을 연 동참 업체도 알려졌으며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오 대표에게 감사 편지를 보내면서 이 운동이 더욱 알려졌다. 경남에는 현재 12인의 자영업자가 참여하고 있다.

자신의 영향력을 사회적으로 가치 있게 쓰고 있는 '선한 영향력' 운동은 분명 아름답고 숭고하며 감동을 자아내는 행위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생각해 볼 것이 있다. 기부 캠페인에서는 공여자가 수혜자에게 직접 기부를 하는 것은 권유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우려하는 수혜자의 처지도 고려해야 하고, 때로는 선의가 악용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기부자의 선의를 결코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부나 도움은 공여자와 수혜자를 중재하는 기관을 통해 주는 이와 받는 이가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오 대표가 결식아동에게 밥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결심한 계기도 꿈나무카드 이용을 통해 수혜자의 신원이 노출된다는 것 때문이었다. 꿈나무 카드는 한 번 쓸 수 있는 밥값이 5000원으로 한정돼 있는 데다, 아동들이 수혜 대상자임을 확인받는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아동 자신이 복지 수혜 대상자임을 확인받아야 하는 복지 전달 체계는 개선되어야 한다. 정부는 본래 목적대로 쓰이기 위해 용도가 제한된 카드를 만들었겠지만 아이들이 받을 상처를 생각한다면 현금 지급을 고려하는 등 개선책이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낙인찍히는 경험을 하거나 창피를 느끼느니 차라리 밥 굶는 고통을 택할 수혜자의 심정이 배려돼야 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