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자발적 후원운동
전국 248곳 경남 12곳 동참
"눈치 보지 말고 찾아주길"

결식 아동에게 무료로 파스타를 제공하는 서울 진짜파스타의 '선한 영향력'이 경남으로 확산하고 있다.

자영업자 자발적 공동체 운동인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는 지난 7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두 달여 만에 도내 12곳을 포함해 전국 248곳이 동참하고 있다.

오인태(34) 진짜파스타 대표는 지난 6월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꿈나무카드'를 사용하는 결식 아동에게 무료로 음식을 대접하겠다고 밝혔다.

꿈나무카드는 보호자의 식사 제공이 어려워 결식 우려가 있는 18세 미만 취학·미취학 아동(중위소득 52% 이하 가구의 아동)에게 제공되는 일종의 급식 카드다.

오 대표는 "현실적으로 5000원이면 한 끼 해결이 쉽지 않고, 꿈나무 카드를 받아주는 가맹점도 많지 않다. 같이 일하는 친구들과 논의한 결과 그냥 돈을 받지 않기로 했고 이를 SNS에 올렸더니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동참하고 싶다는 자영업자들이 많아 현재 12차 모집 중이다. 도내에는 창원·김해·진주지역 12곳이 참여하고 있다.

▲ 도내 1호로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창원시 의창구 바로덮밥.  /이혜영 기자
▲ 도내 1호로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창원시 의창구 바로덮밥. /이혜영 기자
▲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좋아서하는사진관' 홍순천 대표. /이혜영 기자
▲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좋아서하는사진관' 홍순천 대표. /이혜영 기자

'좋아서하는사진관'(창원 마산회원구 양덕동)은 학생증 증명사진을 비롯해 우정·가족 사진 촬영과 인화를 지원하고자 가게 앞에 선한 영향력 스티커를 붙였다.

홍순천(37) 대표는 "사진관 운영은 인건비 위주라 내가 시간을 조금만 더 투자하면 되는 일이다. 6월부터 선한 영향력 업체라는 걸 알리고는 있지만 찾는 사람은 아직 없다. 학교에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데 집에 프린터가 없다면 PC방 대신 찾아와도 좋고, 조부모와 살고 있다면 영정 사진도 촬영해 출력해 줄 수 있다. 아동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버거인뉴욕'(창원 의창구 용호동)은 7월부터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있다.

이동준(46) 대표는 "학생들이 대체로 버거를 좋아해 부담없이 와서 먹고 가길 바라는 마음에 부산 본점과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탓인지 아직 꿈나무카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다양한 지원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거인뉴욕 창원점은 지난 8월 창원소방서를 찾아 소방관에게 버거를 무상으로 제공한 데 이어 지난 2일에는 창원 동보원에 버거 30개를 선물했다. 이 대표는 동보원에 매달 첫째 주 수요일 햄버거를 저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선한 영향력 도내 1호라고 할 수 있는 '바로덮밥'(창원 의창구 시티세븐 1층 식당가)도 6월부터 동참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3명 학생이 다녀갔다. 송정현(26) 대표는 "교복을 입은 학생이 왔는데 표정에서부터 무안해 하기에 카드도 보지 않고 덮밥을 제공했다. 학생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찾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창원시 의창구 버거인뉴욕 창원점은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지역 소방서와 보육원에 버거를 선물하고 있다.  /버거인뉴욕 창원점
▲ 창원시 의창구 버거인뉴욕 창원점은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지역 소방서와 보육원에 버거를 선물하고 있다. /버거인뉴욕 창원점

한국결식아동청소년지원협회에 따르면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 참여 업체는 식당업이 약 70%를 차지하고 당구장, 미용실, 인테리어, 안경점 등 다양한 업종이 있다.

'베스트체대입시'(창원점·마산점)는 결식아동에 수강료를 전액 지원하고 입시 컨설팅 무료 상담을 하고 있다. 황선형(35) 대표는 "이전부터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드러나지 않게 지원하고 있었지만, 꿈을 키우는 더 많은 학생에게 도움을 주고자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며 "체대 진학 때 기회균등전형·사회적 배려대상자전형이 있고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지만 정보를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 대학 입시도 운동도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도내에서 '선한 영향력' 스티커가 붙은 가게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시간 선한 영향력이 확산함에 따라 오 대표는 혹시 아동들이 또 다른 상처를 받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오 대표는 "모든 메뉴를 무상 제공하는 곳도 있지만 업체마다 제공하는 품목과 방식이 다르다. 이용 아동들이 한국결식아동청소년지원협회나 SNS 등에서 해당 업체 이용 방법을 확인해 상처를 받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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