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상에는 어이없는 일이 엉뚱한 데서 벌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요즘 세상에 수강료나 시험 응시료를 현금으로 내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매해 11월에 치르는 수능시험을 보려면 응시 수수료를 내야하는데 아직까지도 현금으로 납부하고 있다고 한다. 온라인 뱅킹은 진작 도입됐고, 모바일 뱅킹과 블록체인까지 활성화되고 있는 마당에 가당하기나 한 일인가.

오늘부터 학생들은 올 수능을 보기 위해 응시영역에 따른 수수료를 학교 선생님에게 현금으로 내야한다. 재학생은 담임 교사나 진로상담 교사에게, 졸업생은 학교 행정실로 찾아가야 한다.

교사들은 거스름돈을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받은 현금을 모아두었다가 나중에 원서와 함께 교육지원청과 수납은행에 보내야 한다. 분실 위험도 있고, 응시하지 않은 학생이 환불을 받으려면 다시 똑같이 되밟아야 한다.

금융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아 공납금을 노란 봉투에 넣어 가져가던 시절도 아니고, 이 무슨 해괴한 일인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은행이나 온라인 이체 납부가 불가능한 이유가 있을까? 모든 학교는 스쿨뱅킹이란 금융시스템을 쓰고 있다. 또한 유치원 체험학습비에서 초·중등 방과 후 보충수업비, 하물며 사설 모의시험비까지 이를 통해 수납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수능 응시료만 현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무리 곰곰이 따져도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수능이 도입된 지난 1994년 이래 해마다 수십만 명의 학생들이 수능시험을 치르는데 특별한 이유도 없이 현금납부를 고집하고 있다는 건 교육행정이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는 걸 말해준다. 게다가 매해 반복되었을 텐데 개선 의지조차 없었다는 건 무디고 게으르다는 이야기다.

교육단체가 나섰고 국민권익위도 수능시험 응시료 납부를 스쿨뱅킹은 물론 가상계좌 납부나 카드결제까지 가능하도록 하고, 환불은 인터넷이나 우편으로도 되게끔 개선하라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권고했다. 미룰 이유가 없으니 질질 끌지 말고 당장 고치기 바란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