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친나치 행위 밝혀진 안익태
자격상실·폐기문제 공론화해야

우리는 자신들이 친근하게 또는 소중하게 가졌던 것들을 버려야 하는 아픔을 겪을 때가 있다. 당연한 것이라 여겨왔던 사실·지식들이 거짓·술수·위장으로 조작된 것임을 알고 났을 때가 있다. 그렇게 되면 참으로 참담하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왜곡된 지식을 그대로 안고 살 수 없다.

이제 국경일만 되면 기념행사에서 부르고, 또 중요한 행사만 하면 부르는 '애국가'가 그러한 대상이 되었다. 지난 8일 국회에서는 '안익태 곡조 애국가 계속 불러야 하나?'라는 주제의 긴급 국회 공청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애국가를 작곡하였다고 하는 안익태가 일본 제국주의 침략을 찬양하는 음악활동으로 친일행위를 하였다는 게 규명되었다. 또한 유럽에까지 가서 독일 나치를 찬양하는 활동을 하였다는 사실이 역사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이러한 친일행위가 안익태 자신에 의해 교묘히 위장되고 숨겨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1945년 이후 안익태는 한국에 돌아와서 대한민국 국제음악회를 개최하는 등으로 국민훈장까지 받고 국립묘지에 묻혔다는 것이다. 안익태가 작곡했다고 하는 애국가 선율도 불가리아의 다른 작곡자가 발표한 곡을 표절하였다는 주장이 도표로써 선명히 제시되었다.

우리는 애국가를 부르면서 나라를 걱정하기도 하고, 애국을 다짐하기도 한다. 반독재투쟁을 하면서도 불렀고, 운동 경기 등을 마치고 목이 터져라 부를 때도 있었다. 이렇게 애국가는 거룩하기도, 비장하기도, 감격스럽기도 하다. 결국 '애국애족'이라는 말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지않을까?

그런데, 이렇게 정정당당하고 자랑스럽고, 감격적인 마음으로 불러야 할 애국가 작곡가가 친일·친나치 매국행위를 한 사람이라면? 그것도 우리나라를 뺏은 일본에 바친 노래를 살짝 바꾸어 애국적인 것인 양 조작했고, 게다가 남의 나라 노래를 표절하고는 작곡한 것으로 위장한 노래라면 부를 마음이 생길까? 아니 애국가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정당할까?

정당하지 못하다. 떳떳하지 못하다. 자라나는 후세들 앞에서 낯뜨거워서 부를 수 없다. 당연히, 결단코 부르지 않아야 한다.

식민지 침략을 했던 일본 극우파들 후예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친일파가 만든 노래를 공식 애국가로 부르고 있으니, 문화·정치적으로 한국은 아직 저들의 식민지라고 생각할 듯하다.

친일·변절·표절의 애국가를 더 이상 부르지 말자면, 다른 대안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바로 대안을 내놓는 것도 독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먼저 현재 애국가가 심각한 자격상실의 문제가 있음을 공론화하여 공감이 된다면, 일단 남쪽의 어느 지역에서처럼 독립군가를 임시로 대신하다가, 많은 국민 참여와 관심 속에 국가를 제정하는 작업을 공개적이고 민주적으로 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현존 애국가를 폐기하는 데에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작업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아프더라도, 깨우칠 일은 깨우쳐야 한다. 애국가와 안익태의 숨겨지고 위장된 사실, 수십 년간 불러왔던 애국가의 아프지만 숨길 수 없는 진실을 파헤쳐 국민들이 공유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뜻있는 분들이 함께 나서길 바란다. 그래야 앞으로의 세월에 정의와 희망이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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