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와 일본 우익들 망동으로 시민들의 반일 감정이 거센 가운데, 창원시가 마산음악관을 친일 인사인 조두남의 흉상과 대표적인 친일 노래인 '선구자' 악보 등으로 새 단장해 논란을 자초했다. 시는 뒤늦게 정비 계획을 밝혔지만, 아쉬움이 크다.

마산음악관은 지난 2005년에 개관했다. 그보다 2년 전인 2003년 조두남기념관으로 건립되었다가 친일행적이 불거지는 바람에 마산음악관으로 바꿔 개관한 것이다. 친일 시비가 붙자 마산시는 공동조사단을 꾸렸고, 조사 결과 그가 1940년대 만주에서 친일시인 윤해영과 같이 활동했으며, 국민이 즐겨 부르던 '선구자'가 실은 식민지 침략을 미화하는 '용정의 노래'였음이 드러났다. 결국 조두남기념관은 이일래·반야월·이수인 등 지역 음악인들을 추가해 마산음악관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곡절을 겪었다.

당시 전시되었던 조두남 유품·자료 등은 야외창고로 옮겨졌다. 이번에 창원시가 리모델링을 하면서 15년 만에 다시 꺼내 꾸몄다. 그의 악보·포스터 등은 물론 밀랍인형, '용두레 우물', '일송정 기증석'과 수제자로 알려진 김봉천의 음악 공적들을 함께 전시했다. 조두남 관련 전시물이 전체 면적의 3분의 1을 차지했고, 영상물도 절반은 그에 대한 홍보물이었다. 그러니 사실상 조두남기념관으로 되돌아간 것이나 다름없다.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설치물들을 즉각 철거하고 전시 결정 경위를 밝히라고 나섰다. 친일인명사전에 반민족 친일행위자로 등재까지 된 인물에 대하여 마산음악관이 다시 전시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시는 이러한 분위기에 7일 '선구자' 악보와 흉상, 밀랍인형을 철거했다. 시민 여론을 수렴해 정비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아베 총리를 위시한 일본 강경파들은 정상국가화를 떠들면서 과거사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를 참회하고 역사의 교훈으로 삼지 않는 나라나 민족은 문명국가나 정상국가가 될 수 없다. 일본만 탓할 일이 아니다. 우리 안에 친일의 흔적을 엄중히 다루는 역사의식이 흐릿해서는 식민 망령과 싸워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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