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벼락 같은 교통사고 당한 날
피해자는 있지만 책임자는 없는

화창한 여름의 어느 날, 순식간 찾아온 사고. 편도 3차로 도로 위 갑작스러운 날벼락이었다. 매우 급하게 차선을 이탈한 승용차 한 대가 나를 덮친다. 차량 내부에 천둥 번개가 친다.

쾅쾅 소리에 정신을 차렸을 땐 바쁜 출근길 위 멈춰서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충격이 채 가시기 전 주위는 경적으로 시끄러웠다. 운전석 문이 열리지 않는다. 나를 덮친 운전자가 내게 다가온다. 급하게 끼어든 앞 차량을 피하고자 핸들을 꺾었다는 상대방의 말 속에는 '괜찮냐'는 말 한마디 없었다.

편리한 세상임은 분명하다. 전화 한 통화에 보험사가 달려온다. 달려온 보험사 직원이 내게 묻는다. "괜찮으세요?" 사고가 벌어지고 처음으로 듣는 말이다. 형식적인 말임을 알고 있음에도 그 한마디가 마음을 진정시킨다. 그러는 동안에도 상대방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만 계속 되풀이 중이었다.

시간은 계속 흐른다. 상대방의 작동되지 않은 블랙박스를 확인하자 고개를 돌리는 보험사 직원. 사고 조치를 하지 않고 달아나버린 최초 사고 유발자를 찾기 위해 경찰서로 함께 가자며 보험사 직원이 말했다. 자신이 속해있는 보험사를 이용하라는 말과 함께.

경찰서에 도착하자, 이상하다. 마른하늘 날벼락을 맞은 사람에게 진술서를 쓰게 만든다. 작성 예시를 보면 맨 마지막에 가해자에 대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말이 있다. 나 홀로 진술서를 작성하는 동안 경찰관 앞에 등장한 상대방은 영혼 없이 '미안합니다' 말 한마디 남기고 보험사 직원에게 달려간다. 원래 사고 처리가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경찰관에게 묻자, 진술서를 먼저 작성하라 말한다. 그제야 내가 가입한 보험사 직원이 도착했다.

세상에 100% 사고가 없다는 말을 듣는다. 황당하다. 작지만 책임의 과실이 형성될 수도 있다는 보험사 직원의 말을 듣는 동안 이미 상대방은 모든 조치를 다 하고 홀연 사라져 버렸다. 명함이 없다며 자신의 연락처를 얼버무리던 상대방의 연락처를 경찰관을 통해 받는다. 상대방 보험사 직원의 명함과 함께.

병원을 찾는다. 교통사고를 당해 내원했다고 하니 보험사를 묻는다. 내가 가입한 보험사 직원에게 전화를 걸자 확인 후 전화를 준다고 한다. 사고번호를 전해 듣는다. 그리고 이제는 상대방 보험사 직원과 통화하면 된다고 말한다. 상대방 보험사 직원에게 전화하자 왜 병원에 가기 전 연락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사고 후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에게도 연락이 없다. 사고가 마무리되면 연락 준다던 경찰관의 소식도 부재다. 통원 치료를 받는 동안 통증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최초 병원에서 한방병원으로 바꾸자 연락이 왔다. 상대방 보험사 직원이다. 나를 덮친 상대방은 소식이 없다. 이름 모를 보험사 직원이 합의를 제안한다. 그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사고를 당한 사람은 있지만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작은 사건인 미시사가 이런데 거시사는 더하다. 내 일이 아닌 일에 대해 나는 얼마나 소원해 왔는가. 국가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수많은 사건들이 긴 법정 싸움으로 이어지고 힘없는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 이제야 수면 위로 길어 올려지고 있다. 합의 아닌 합의, 진정한 사과 없는, 책임 없는 세상에서 이제는 목소리를 외칠 때다. 여기, 사람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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