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정원 다듬고 또 다듬는 바우어새
우리도 창조적 과학기술 지식 축적을

바우어(bauer)새는 참새목 바우어새과에 속하는 조류의 총칭으로 오스트레일리아와 파푸아뉴기니 지역에 서식한다.

파푸아뉴기니 지역은 새의 천적인 고양잇과 동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바우어새는 여느 새와는 달리 땅에다 바우어(집)를 짓는다. 집의 형태와 크기는 다양하지만 보통 약 1.5m로 어린아이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 크기이다.

수컷 바우어새는 약 9개월에 걸쳐 집짓기를 하는데 능통한 건축가처럼 과학적인 방법으로 형태를 만들어 나간다. 바우어가 완성되면 '정원사 새' 별칭에 걸맞게 다양한 색상의 수집품으로 앞마당에 정원(?)을 만든다.

바우어새는 미적 감각이 매우 뛰어나 정원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무엇이든 제거한다. 또한 수집품 위치·각도를 세심하게 따지고, 자신이 꾸민 정원을 멀리서 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정원이 완성되면 암컷을 부른다. 부단한 노력에도 암컷이 오지 않으면 올 때까지 정원을 거듭 새롭게 준비한다.

단순히 자연의 본성이라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번식을 위한 바우어새의 치밀하고 지속적인 사전 준비성이 대단할 따름이다.

작금에 미국-중국 간 G2 패권경쟁으로 우리 경제가 매우 위태로운 국면에 처해 있다. 설상가상으로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해 대한 수출품목에서 제한한다는 규제를 발표했다.

일본 규제가 우리에게 매우 뼈아프고 중대한 이유는 이들 소재 없이는 고품질 반도체 생산이 불가, 국내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에 치명적인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위기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뼈저린 반성과 냉철한 원인분석을 통해 미래를 준비한다면 전화위복 기회로 삼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있겠지만, 필자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전반에 걸친 '창조적 지식 축적'의 부재가 현 위기의 주된 요인이라는 생각을 한다.

핵심부품 및 소재를 포함한 개념설계(conceptual design) 능력이나 산업 전반을 조망하는 아키텍트(architect) 능력은 오랜 기간 창조적 경험축적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선진국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 이 능력을 획득했다. 반면 우리는 아직 이러한 경험이 일천하다.

이제 더는 순수과학기술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실패를 용인하는 환경구축을 미룰 수 없다.

세계 굴지 업체인 애플, 아마존 같은 혁신기업은 오히려 실패를 용인하고 장려하고 있지 않은가? 이유는 단순하다. 실패를 통해 경험이라는 귀중한 자산을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를 포함한 국내 제조업의 지속가능성은 거듭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스마트공장 등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제조업 현장에서 비롯되고,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제조업은 전후방 산업 발전 견인 등 국가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위기에 봉착한 국내 제조업의 레질리언스(resilience)를 위해선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제조업이 융합되고, 창의성·인간성·사회성을 두루 갖춘 문제해결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

편안할 때 다가올 위기를 미리 생각하고 대비하라는 진나라 위강이 전한 '거안사위, 사즉유비, 유비무환'의 격언을 곱씹으며 작금의 현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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