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정부 시범사업 중인 창원 용지동주민자치회
시 조례 개정으로 위원 교체·주민세 일부 예산편입
9월 처음 개최할 주민총회, 활동 성패 가늠자 역할

지난해 개헌이 무산되면서 지방분권은 결정적 전환점을 맞을 기회를 잃었습니다. 이후 지방분권은 문재인 정부나 김경수 경남지사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한참 뒤로 밀렸습니다. 퇴보한 분권 흐름 속에서 문 정부나 지방분권주체 양측의 입맛에 맞는 양념이 '주민자치'였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주민자치회 시범운영'이라는 카드로 퇴보한 분권 흐름을 덮으려 했습니다. 전국의 지방분권운동 주체들은 "정부도 정당도 믿을 수 없다. 결국 지방분권을 이룰 주체는 국민들, 시민들뿐"이라며 주민자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읍면동 주민자치센터를 잘 아실 겁니다. 흔히 읍면동 사무소 옆에 별도 건물이 있고, 거기에 헬스장이나 탁구장, 마을도서관, 강의실 같은 게 포함돼 있습니다. 우리가 대충 알고 있는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자치센터를 운영하는 기구죠. 읍면동장이 뽑은 주민자치위원들이 따로 위원장과 부위원장, 사무국장을 뽑고, 운영위원회나 전체 회의를 해서 주민자치센터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결정합니다. 얼마 전에 열렸던 창원시 성산구 용지동주민자치회 회의도 처음에는 흔한 모습 그대로 진행됐습니다.

▲ 창원시 의창구 용지동주민자치회의 지난 3월 전체회의 모습. /이일균 기자
▲ 창원시 의창구 용지동주민자치회의 지난 3월 전체회의 모습. /이일균 기자

◇헬스장 운영? 우린 아니에요!

창원시 의창구 용지동사무소 2층 회의실은 주민자치위원 25명과 동장·동 직원, 인근 창원중부서 경찰관 등 30명 이상의 참석자들로 열기가 확 느껴졌습니다. 이 열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곳은 지난 2014년 1월부터 정부 차원의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이 진행돼 왔거든요. 경남에는 거창군 북상면과 함께 딱 두 곳입니다. 특히 강창석 회장은 5년째 리더를 맡고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회의 초반 보고 및 협의사항은 우리들 흔한 짐작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용지동주민센터 운영 프로그램과 관련된 내용들이었거든요. 용지올빼미단 운영, 전통 장 담그기, '100원 먹는 백돼지 분양' 같은 안건이 포함됐습니다만, 탁구교실 운영 토론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회원별로 오전·오후·저녁시간으로 이용시간을 조정해야 하는데, 어떤 방법이 있을지 많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유니폼이나 팔찌 색깔로 구분하자는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

회의시간이 1시간 가까워지자 집중도가 떨어졌고, 간혹 위원들이 잡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불호령이 떨어졌습니다. 평생학습분과장인 류명규 위원이 "거기 좀 조용히 하세요. 회의에 집중하세요"라면서 야무지게 따졌고, 삽시간에 분위기가 잡혔습니다. 분위기도 더 화끈해졌습니다. 특히 기타 보고사항으로 넘어가면서 안건과 논의 내용도 확 바뀌었습니다.

전체 4개(주민자치, 안전, 평생학습, 주민복지) 분과 명칭변경에 따른 소관업무 분장과 '주민자치회의 지속가능발전 목표' 수립에 이르러 발언 용어나 깊이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류명규 평생학습분과장은 "최근 창원시 조례 개정으로 주민자치회 전체 위원이 5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그럴 경우, 지금 월례회처럼 집단적으로 할 게 아니라 분과 활동 위주로 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흥미로운 제안도 나왔습니다. 주민자치회 월례회 후 식사자리가 길어진다는 건데요. "식사하고 딱 끝나야 되는데 술 시키고 안주 시키고 하다보면 시간도 길어지고, 경비 부담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됩니다. 딱 밥만 묵고 헤어집시다!"

회의 내용이나 절차 모두 딱딱 맺고 끊는 게 절도가 있었습니다. 지난 3월 용지동주민자치회 전체회의 때였습니다.

◇최근 주민자치회의 변화

그랬던 용지동주민자치회에 6~7월 중에 중대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바뀐 '창원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위원들이 새로 뽑혔고, 임원진이 바뀌었습니다.

무슨 변화가 있었냐고요? 3가지 핵심적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읍면동장이 임명하던 주민자치위원을 추첨을 거쳐 시장·군수가 임명하게 했고요. 지금까지는 없던 주민총회를 신설했습니다. 그리고 주민세 일부를 주민자치회 운영 예산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은 창원시 5개 구청마다 각 2곳씩 진행됐습니다. 성산구는 성주동과 웅남동, 의창구는 용지동과 북면, 마산합포구는 노산동과 진동면, 마산회원구는 양덕2동과 내서읍, 진해구는 웅동2동과 풍호동이 포함됐습니다. 용지동은 지난 6월 12~21일 위원후보를 공개모집했고, 27일 위촉장을 전달했습니다. 임원진은 강창석 회장, 홍금순 부회장 외 감사 2명으로 구성됐습니다. 분과는 기획·예산, 지역안전환경, 문화·교육, 주민복지 등 4개로 구성했습니다.

위원들 면면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이번 공모 전에 후보자 의무인 6시간 주민자치학교 이수를 받은 분이 30명에 이르렀는데, 정작 신청은 25명에 그쳤다는군요. 인적사항을 통해 비교를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어렵다. 앞으로 창원시 전체 차원에서 가능할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럼 25명 중에 새로 들어오신 분은요?" "(강창석 회장)4명이 새로 들어왔어요. 그 외는 해 오셨던 분들이에요. 여성이 13명(모두 가정주부), 남성 12명 중 교사가 3명, 회사원이 1명입니다. 그 외는 모두 자영업을 해요. 평균연령은 60대이고 최연소 47세, 최고령 75세 그래요. 젊은 사람 끌어들이기 어려워요. (젊은 사람들)자기 밥벌이하기도 어렵잖아요."

▲ 7월에 새로 뽑힌 용지동주민자치위 회장과 분과장들이 최근 창녕군 영산면 산토끼놀이공원에 견학을 갔다. /용지동주민자치회
▲ 7월에 새로 뽑힌 용지동주민자치위 회장과 분과장들이 최근 창녕군 영산면 산토끼놀이공원에 견학을 갔다. /용지동주민자치회

이렇게 새로 뽑힌 용지동 주민자치위원 중 회장과 분과장들은 지난 12일 오후 창녕군 영산면 산토끼놀이동산에 다녀왔습니다. 창원시로부터 지원받은 사업비 1500만 원으로 용지동 어울림동산에 전통 놀이기구를 설치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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