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상도 대표 음식…편육·석쇠불고기 등 함께 즐기기도

이번엔 특별하게 초대손님을 모셨다. 1인 프로젝트 밴드 바나나코의 김바나나(본명 김성림·41) 씨다. 그는 진주에 살고 있으며 최근 첫 번째 정규 앨범 <부지런한 마음>을 냈다. 지난달 전화 인터뷰를 했고 그것을 계기로 겸사겸사 만나보고 싶었다.(음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분이라 전화로는 못다 한 이야기가 많았다) 바나나 씨가 추천한 집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바로 밀면이다.

이서후 기자와 함께 경상대 부근에서 만나 같이 차로 이동했다.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진양호 부근 한 밀면집에 도착했다. 바나나 씨에게 이곳을 추천한 이유를 물으니 "오래 전부터 해마다 이곳에 왔던 건 그만큼 맛있다는 이야기 아닐까요?"라고 되물었다. 자리에 앉아 밀면과 비빔면, 석쇠불고기를 주문했다.

 

김민지: 최근 앨범도 냈고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바나나: 다원(카페 겸 술집)에서 주 3일 정도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외부 작업을 하며 지낸다.

김민지: 음반 반응은 어떤가.

바나나: 그냥 주위 사람들이 "수고했다, 고생했다"는 거 말고는 특별한 반응은 없는 것 같다.(라고 그는 겸손하게 말했다)

이서후: 앨범을 듣고 놀랐다. 옛날 음악보다 탄탄해진 느낌? 중무장을 한 것 같다. 세련됐고.

바나나: 뭔가 많이 두꺼워졌죠?(웃음) 제 음악은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더 반응이 좋다. 말레이시아, 덴마크 등 외국에서 돈 내고 음원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다.

▲ 밀면 위에 석쇠불고기를 올려 함께 먹어도 어울린다. /김민지 기자
▲ 밀면 위에 석쇠불고기를 올려 함께 먹어도 어울린다. /김민지 기자

석쇠불고기가 먼저 나왔다. 밀면을 먹기 전 입가심(?)으로 상추에 석쇠불고기를 한 점 올리고 마늘과 된장을 살포시 올렸다. 상추의 아삭한 식감과 씹으면 씹을수록 입안으로 퍼지는 육즙의 조화가 좋았다. 석쇠불고기 맛이 어떻냐고 묻자 바나나 씨가 "맛이 없을 수가 없다. 고기는 태우지만 않으면 다 맛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얼마 후 밀면이 나왔다.

 

김: 밀면인데 냉면처럼 생겼다. 하얀색 면이 아니라 메밀을 넣은 듯 색깔이 약간 검은데?

: 진주냉면처럼 육전이 고명으로 올라와 있다. 일반 밀면이 아니라 진주식 밀면 같다.

▲ 밀가루에 자색 고구마와 메밀을 섞은 면발을 넣고 진주냉면처럼 육전을 고명으로 올린 밀면. /김민지 기자
▲ 밀가루에 자색 고구마와 메밀을 섞은 면발을 넣고 진주냉면처럼 육전을 고명으로 올린 밀면. /김민지 기자
▲ 비빔면. 밀면 위에 석쇠불고기를 올려 함께 먹어도 어울린다. /김민지 기자
▲ 비빔면. 밀면 위에 석쇠불고기를 올려 함께 먹어도 어울린다. /김민지 기자

나중에 밀면을 다 먹고 주인장에게 일반 밀면과 면이 다르냐고 물으니 "밀가루에 자색 고구마와 메밀을 섞는다"고 했다.

 

김: 언제부터 밀면을 즐겨 먹었나.

바: 어렸을 때부터, 초등학생 때부터 계속 먹었다. 아버지 가게 근처에 팔각정이라는 작은 식당이 있었는데 고기도 팔고 밀면도 팔았다. 날이 더워지면 집에서 밥하기 귀찮으니까 가족끼리 여름에 밀면을 즐겨 먹었다. 쫄깃쫄깃한 그 느낌이 좋았다. 한 그릇에 2500원 정도 했던 거 같다.

이: 우리 집은 여름에 국수를 즐겨 먹었다. 밀면은 성인이 된 이후에 먹어봤다. 밀면집 하면 밀가루 포대가 사람 키만큼 쌓여 있는 풍경이 생각 난다. 국수는 유들유들하고 금방 끊기는데 밀면은 식감이 냉면과 국수 그 중간인 것 같다. 질기지도 않고 잘 끊기지도 않고.

바: 맞다. 밀면은 가위로 자르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식감이다. 냉면에 비해 부드럽다. 밀면이 원래 부산 음식이지 않나. 예전에 목수로 일하면서 진해 용원에서 집 짓는 일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서울서 온 사람들에게 '밀면 먹어봤냐'고 물으니 없다기에 대패 삼겹살도 하고 밀면도 하는 집에 같이 갔다. 그때 서울 사람들이 밀면을 먹고 깜짝 놀라더라. 냉면과 국수 중간쯤인데 달큼하다면서. 전 면발보다는 육수에 치중하는 스타일이다. 밀면을 먹을 때 양념을 타 풀기보다는 일부만 풀어서 먹으면 육수의 은은하고 달큰한 맛이 입안 전체에 퍼진다.

김: 일반 밀면은 하얀 면발과 한약 맛나는 육수, 돼지고기 편육이 특징인데 이 집 밀면은 진주냉면과 비슷한 느낌이다.

이: 이 밀면은 자극적이지 않고 양념장이 맵지 않아 매운 음식을 못 먹는 내 입맛에는 맞다.

 

밀면을 먹으면서 바나나 씨는 번외로 진양호 부근에 많았던 통닭집 이야기를 해줬다. 그는 "옛날에 진양호 길목에 진주 통닭집이 다 모여있었다. 어린이날이 되면 그 일대가 북적북적했다. 치킨 체인점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하나둘씩 없어진 것 같은데…. 그 자리에 새 건물 들어오니 생경하다"고 말했다.

◇밀면

부산의 대표 향토음식이다. 한국전쟁 중 부산으로 피란 온 이북 사람들이 냉면을 밀가루로 만들게 되면서 밀면이 탄생했다. 부산 밀면의 원조격인 내호냉면 대표는 "밀면은 원래 '밀 냉면', '경상도 냉면' 등으로 불렸으나 성질 급한 경상도 사람들이 '밀면'으로 줄여 부르면서 정착되었다"고 했다. 밀면은 면발의 쫄깃함, 건강함을 담은 육수, 특유의 양념장이 특징이며 시원함과 새콤달콤한 맛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참고문

<부산의 음식, 생성과 변화>(2010), 박훈아 외 3명, 부산발전연구원 부산학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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