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의무착용 유명무실
창원시 이달 중 수거·폐기
1500개 중 994개 분실
이용자 65% 착용하지 않아

'졸속입법' 대표 사례로 꼽히는 '자전거 안전모 착용 의무화'가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원시를 비롯해 공영자전거를 운영하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시행 1년이 채 안 돼 안전모를 폐기처리하거나 추가 구입을 보류한 채 자연 감소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9월 28일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라 자전거 운전자와 동승자 안전모 착용이 의무화됐다. 미착용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공영자전거 '누비자'를 운영하는 창원시는 지난해 안전모를 구입해 터미널당 3~4개씩 1500개를 비치했다. 그런데 올해 6월 27일 기준 안전모 분실률은 66.3%(994개)나 된다. 1500개 중 506개만 남은 것이다.

창원시는 이달 첫째 주 남은 안전모를 수거해 폐기하기로 했다. 이용률이 저조한 데다 위생상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장마철·여름철로 접어들면 변색되고 곰팡이가 피는 등 상황이 악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대전·서울시 등 공영자전거를 운영하는 다른 자치단체 사정도 비슷했다. '타슈'를 운영하는 대전시는 안전모 400개를 구입해 200개를 비치했는데 7월 현재 분실률은 90% 이상이다. 대전시는 남은 안전모를 폐기하지는 않지만 자연 감소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따릉이'를 운영하는 서울시는 지난해 7월 20일부터 9월 30일까지 1·2차에 걸쳐 시범적으로 안전모를 비치한 후 지난해 10월 전량 회수했다.

▲ 창원시 마산합포구 상남동 오동파출소 인근 누비자 터미널 모습. 자전거 바구니 안에 안전모가 비치돼 있다.  /류민기 기자
▲ 창원시 마산합포구 상남동 오동파출소 인근 누비자 터미널 모습. 자전거 바구니 안에 안전모가 비치돼 있다. /류민기 기자

안전모 착용 의무화에 따라 공용자전거에 안전모를 비치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이용자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창원경륜공단은 지난 1월 26일부터 2월 15일까지 누비자 이용자 43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이후 안전모 착용 횟수'를 묻자 65%는 '거의 착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가끔 착용한다' 23%, '자주 착용한다' 8%, '상시 착용한다' 4%로 저조했다. '누비자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43%는 '다른 사람과 함께 사용하므로 위생이 염려스럽다', 30%는 '이동거리가 짧아 안전모 착용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17%는 '출근에 방해가 된다(머리모양 훼손)', 10%는 '크기나 모양이 취향과 맞지 않다'고 답했다.

시민은 안전모 구입 예산으로 노후 누비자를 교체하자는 반응도 많았다. '누비자 안전모 이용 빈도가 낮다는 보도자료가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이라는 물음에 43%는 '안전모 예산으로 노후 누비자 교체하는 것이 낫다'고 답했다. 20%는 '안전모 착용은 개인 의무이므로 개인용을 착용하는 것이 맞다', 18%는 '이용률이 낮음에도 안전모를 공급하는 것은 낭비'라고 답했다. 19%만 '이용률이 낮아도 공급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안전모 착용 의무화에 대한 비판과 함께 법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국회의원 등은 지난해 9월 21일 자전거 안전모 의무 착용 조항을 수정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개정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자전거 안전모 착용 의무화를 노력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다만 어린이를 태우고 자전거를 운전할 때는 착용토록 했다.

자치단체 공영자전거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처벌 조항이 없는 상황에서 안전모 이용률이 낮아 입법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며 "계류 중인 개정안이 통과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안전모 처리 방안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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