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문화재단 연기프로그램 일반인 참여 늘어
수강 후 전문배우 되거나 극단 만들어 꿈 실현

▲ 연극 <원더풀데이> 공연을 앞두고 지난달 27일 극단 플레이돔 연습실에서 연습 중인 창원시민연기워크숍 온스테이지 3기 회원들.  /김민지 기자
▲ 연극 <원더풀데이> 공연을 앞두고 지난달 27일 극단 플레이돔 연습실에서 연습 중인 창원시민연기워크숍 온스테이지 3기 회원들. /김민지 기자

지난달 27일 오후 8시 창원시 의창구 주택가 지하 연습실. 극단 플레이돔 창원시민연기워크숍 온스테이지 3기 회원들이 하나둘씩 모였다. 회사원·교사·자영업자·공익요원인 이들은 연기를 배우고 싶어 지난 4개월간 매주 화요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이곳을 찾았다. 극단 대표이자 연출가인 장현정(28) 씨에게 발성과 액팅을 배웠고, 29일 창작극 <원더풀데이>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섰다.

◇시민배우 경쟁률·참여도 높아 = 시민들이 과거에 문화예술 소비자였다면 이제는 주체적 문화향유자로서 문화예술 가치를 드높이고 있다.

경남문화예술회관과 김해문화재단 김해서부문화센터는 2017년부터 시민배우를 모집했다. 올해는 2 대 1의 경쟁률을 보일 만큼 시민들의 관심이 높았다. 참여자 연령대는 7살부터 66세까지, 공무원·교사·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직업군도 다양하다.

김해서부문화센터 '김해시민극단' 3기 단원 모집 당시 7살 최연소 지원자는 레드벨벳의 '빨간맛' 안무를 선보였다. 함께 온 할아버지는 "최근들어 부끄러움이 많아진 손녀의 귀엽고 활발한 모습을 다시 보고 싶어 지원했다. 합격하게 된다면 매일 직접 데리고 오겠다"라며 의욕을 보였다. 이 지원자는 결국 합격했다. 참여자들은 일주일에 한두 번씩 지역 극단 배우들에게 연기, 발성을 배우고 하반기 최종 무대에 선다.

경남문화예술회관은 오는 11월 <우리 읍내>, <할 수 없이 의사가 되어> 두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김해서부문화센터는 9월 영화 <써니>를 각색한 작품을 선보인다.

경남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도민들과 좀 더 가깝게 호흡하고자 '내가 바로 국민배우'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참여자들은 잠재적 미래 관객으로 문화예술회관과 연극 장르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김해서부문화센터 관계자는 "시민들이 관람뿐만 아니라 체감을 하면 문화예술 참여도가 높아진다. 실제로 공연장을 찾는 횟수와 관심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 경남문화예술회관의 '내가 바로 국민배우' 참가자들이 2017년 만든 시민극단 이중생활의 창단 공연 <그 여자의 소설> 장면.  /시민극단 이중생활
▲ 경남문화예술회관의 '내가 바로 국민배우' 참가자들이 2017년 만든 시민극단 이중생활의 창단 공연 <그 여자의 소설> 장면. /시민극단 이중생활

◇예술문화 선순환구조 = 배우로 참여하는 시민들의 만족감도 컸다. 창원지역 극단 플레이돔 온스테이지 회원인 이동우(가명·30·교사) 씨는 1기에 이어 3기에도 참여했다. 이 씨는 "대학시절 일주일 정도 연기를 배웠는데 좋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맘속으로 또 연기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며 "우연히 길가에서 본 전단을 보고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기보다는 숨겨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연극을 배움으로써 다양한 감정을 표출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정혜인(49) 씨는 딸 추천으로 연기를 배우게 됐다. 정 씨는 "딸이 친구가 공연하는 걸 보고 와서는 엄마가 무대에 서면 멋있을 것 같다며 추천을 해줬다"며 "처음에는 나이 때문에 머뭇거렸는데 어린 친구들과 같이 호흡하고 연기를 배우니 좋다. 남편도 잘해보라며 응원을 해줬다"고 웃으며 말했다.

경남문화예술회관의 '내가 바로 국민배우' 1기·2기 20명은 지난 2017년 말 아예 시민극단 이중생활을 창단했다. 나정호(47) 대표는 "연극 공연을 좀 더 즐기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아 극단을 만들었고 지난해 진주 현장아트홀에서 창단공연까지 했다. 오는 11월에 연극 <모텔 판문점>을 무대에 올리려고 한다. 일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해방감과 성취감이 있다"고 말했다.

김해서부문화센터 김해시민극단 1기 출신 중에는 김해지역 극단 이루마에서 배우로 활동하는 이도 있다. 극단 플레이돔 온스테이지 출신도 극단에서 배우로 참여하고 있다.

고능석 극단 현장 대표는 "앞으로는 시민들이 보는 시대보다는 직접 하는 시대로 넘어갈 것이다. 이런 분들이 많아지면 예술단체도 튼튼해진다"면서 "연극을 배운 시민들이 후원회원으로 가입하는 경우도 많고 공연이 있으면 많이 보러와 준다.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