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연구가 명문장 37개 재해석
어지러운 일상 다독이는 지침서

'오늘도 나는 수없이 마음에 휘둘리며 한없이 비겁해졌다. 오늘을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하루를 살아내면 미처 정리되지 못한 삶의 미련들이 내 안에 쌓여 독이 된다.', '내 것이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독, 마음.', '감히 나의 마음을 이해받을 수 있을까?'

겉표지를 넘기고부터 저자의 시작하는 글에 닿기까지, 본문으로 안내하는 문구들이 흑백사진들과 함께 마음을 어루만진다. 마음이라는 호수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돌이 던져진다. 그 돌은 잔잔히 원을 그리다 말기도 하지만, 때론 물이 튀고 옷이 젖는다. 잔잔히 원을 그리던 파동이 어느 순간 폭풍이 되기도 한다. 마음만큼 어쩌지 못하는 것이 없다. 하지만 정말 내 마음대로 못하는 것은 상대요, 외부 상황이다. 어쩌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내 마음 하나뿐일지 모른다. 내 것이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없고, 그럼에도 결국 모든 것의 시작은 결국 내 마음이다.

<천년의 내공>과 <말공부>를 집필한 고전연구가 조윤제의 마음에 대한 통찰을 담은 <다산의 마지막 공부 - 마음을 지켜낸다는 것>.

저자는 고전의 정수인 <심경>을 바탕으로 <심경>의 저자 진덕수가 고전들에서 선별한 마음과 관련된 명구 37가지를 총 3부로 나눠 오늘날의 감각에 맞도록 새롭게 풀어냈다. <다산의 마지막 공부>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이 책은 다산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면 왜 저자는 마음공부에 다산을 불러들였을까?

잠시 다산의 삶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다산은 국왕 정조의 가장 총애를 받는 신하에서 정조 사후 폐족이 되어 무려 18년간 유배생활을 겪어야 했다.

'어릴 때는 학문에 뜻을 두었으나 20년 동안 세속의 길에 빠져 다시 선왕의 훌륭한 정치가 있는 줄 알지 못했는데 이제야 여가를 얻게 되었다'라며 마음을 다스렸지만 억울한 유배 생활이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셋째 형 정약종은 처형 당했고, 둘째 형 정약전은 정약용과 함께 유배를 떠나 온 집안이 몰락한 상황을 겪어야 했다.

유배생활을 감내하던 고난의 시기에 다산은 <심경>, 즉 마음의 경전을 펼쳤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고난을 이겨내는 힘이며, 학문의 끝이자 결론이라고 노학자는 말하는 것이다.

쉽게 분노하고 성급히 냉소하는 사람들. 주체하지 못하는 화에 온 마음을 내주고 상처받는 이는 누구인가. 사람에 치이고, 사회에 휘둘리고 그럼에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벅차 내 마음 한번 돌아볼 겨를이 없는 세상에 저자는 다산이 마지막 공부로 몰두했던 <심경>에 주목했다.

저자는 맹자의 말을 빌려 "사람들은 닭이나 개를 잃어버리면 곧 찾을 줄 알지만 잃어버린 마음을 찾을 줄 모른다. 학문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맹자는 성공과 명예, 물질과 권세를 탐하면서 정작 소중한 마음을 잃고도 찾지 않는 사람들을 질책하고 있다.

고전이 어렵다거나 지겨울 것이라는 두려움은 접어두어도 좋다. <심경> 명구들은 한번쯤 들어 봤음 직한 말들이다. 그만큼 고전은 우리 일상과 가까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마음에 새기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실천하는 것 아니겠는가.

여기서 다시 다산이 강조한 '신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다산은 '진정한 신독이란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스스로의 마음을 깨끗이 하고 신중하게 다듬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덧붙인다. "신독이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단정함을 유지하는 태도가 아니다.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단단해진 나를 만들어 가려는 간절함이다."

<다산의 마지막 공부 - 마음을 지켜낸다는 것>이 흔들리고 상처받고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사람들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특히 저자가 권한대로 생명이 되살아나는 시간, 평단지기(平旦之氣)의 새벽 시간에 매일 한 줄씩이라도 읽어보기를 권한다.

청림출판 펴냄, 303쪽,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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