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상남도건강가정지원센터 '긴급위기가족지원사업' 담당자 차혜란입니다." 오늘도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온 전화를 받는 나의 목소리는 크고 당당하다.

불과 8년 전에는 사회복지 일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나였다. 사회복지는 특별한 누군가가 하는 일! 이타심이 강하고 배려·헌신이 몸에 밴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생활이 어려운 취약가족과 위기 사건을 경험한 후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족들의 회복을 돕는 일과의 첫 인연은, 20여 년 전 첫 아이를 낳고 참 많은 실수를 하며 아이를 키우던 엄마가 처음이었던 내 모습에서 시작된다. 아이가 넘어지는 만큼 나도 넘어지며 서툰 양육 기술로 아이에게 야단을 많이 치던 때였다. 나의 부족함은 나를 움직이게 만들어 100일이 갓 지난 둘째를 둘러업고 바른 육아의 방법을 찾아 헤맸다.

'부모교육'을 시작으로 상담과 관련된 강좌들을 듣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깨달은 것은 나 자신이 변화하는 것이었다. 나 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매몰되어 나와 내 아이뿐만 아니라 타인을 괴롭힌다는 것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때 경상남도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지금은 '긴급위기가족지원사업'으로 이름이 바뀐 '가족보듬사업' 전담인력으로 일할 기회를 소개받았다.

하지만 처음에는 고사할 수밖에 없었다. 가정폭력, 성폭력, 자살, 학교폭력 등 인생을 살아가면서 피하고 싶은 단어들로만 여겨졌던 '이런 일들은 도저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부딪혀보자 하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뚜껑을 열어본 '긴급위기가족지원사업'은 내 상상 이상이었다.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고 생각하는 일들은 이용자들의 상처와 비교하면 아프다고 말하기조차 미안한 것들이었다. 그 아픈 상처가 잘 아물 수 있도록 함께하며 하루, 한 달, 일 년이 지나 어느덧 8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서툰 엄마였던 내가 넘어지며 성장할 수 있게 해줬던 내 아이들과 서툰 사회복지사인 나를 믿고 자기 인생의 속살을 보여줬던 분들이 나의 이타심을 키워주셨다는 것을 안다. 인연을 넘어 지금은 필연이 된 '긴급위기가족지원사업'의 담당자로서 깊은 상처와 고통 속에 있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에게 좋은 인연으로 도움을 드리고 회복이라는 필연까지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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