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관세전쟁 전면전 치달아
FTA 활용 등 실질 대책 모색을

지난 5월 3일 중국 베이징에서 보낸 미중 무역분쟁 합의문 수정안이 워싱턴DC에 도착했다. 수정안은 지식재산권, 기술이전, 시장개방 등 주요 쟁점사안에 대해 합의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중 제11차 무역협상은 결론 없이(no deal) 마무리됐다.

미중 관세전쟁은 지난해 여름 500억 달러 규모의 품목에 25%의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며 서막이 올랐다. 11월 부에노스아이레스 G20 회의에서 양국은 협상을 통해 해결점을 찾기로 했지만, 10여 차례에 걸친 무역협상의 결렬로 올해 2차 관세전쟁이 발발했다.

그 결과 미국은 5월 1일부터 중국산 2000억 달러 규모 5745개 품목에 10% 관세를 25%로 상향했으며, 중국은 6월 1일부터 미국산 600억 달러 규모 5207개 품목에 5∼10% 관세를 25%로 상향 조정하며 맞대응했다.

미국의 주장은 대중 무역적자가 연간 3000억 달러가 넘는 것은 중국의 불공정무역에 기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식재산권 침해, 강제기술이전, 불법보조금 지급 등을 합의안에 내세우고 있다. 반면 중국은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평등 합의안으로 이행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미국 상무부에서 달러화에 대한 자국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내려 수출을 늘리는 국가에 상계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출국에서 장려금이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우 부과하는 상계관세를 환율에 부과한다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또한,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도 노골화하고 있다. 화웨이는 중국 제조2025의 핵심기업으로 세계 통신망 장비 점유율 1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는 중국의 대기업이다. 미국은 화웨이 5G 기술을 사용하면 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된다며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국가에까지 압박을 선포했다.

이에 질세라 중국도 강력한 반격에 나섰다. 과거 덩샤오핑 시절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에서 상대를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돌돌핍인(돌돌逼人) 전략으로 바꾼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첨단제품에 들어가는 필수희귀 금속인 희토류 생산기지를 방문해 대미 수출제한 가능성을 내비쳐 미국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의 3대 항공사인 동방항공, 에어차이나, 남방항공은 에티오피아 사고 기종인 보잉 737맥스 운항 중단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미국 보잉사를 상대로 제기했다. 또한, 미국산 대두, 돼지고기 등 농축산물에 고율의 관세 부과, 수입중단 조치를 내리며 되받아 공격했다.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영향은 어떠할까. 반도체를 비롯해 디스플레이, 철강, 석유화학 등 한국 주력 제조업 침체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공무역 비중이 높은 산업은 타격이 더 커 보인다. 미국이 수입자동차에 고관세 부과 선언을 하였지만 한-미FTA로 간신히 관세면제 기대를 하고 있다. 점입가경으로 세계경제는 글로벌 성장둔화, 원유 수요 감소, 투자 감소, 금융시장 혼란 등 불안의 연속이다.

미중 간 무역분쟁, 패권전쟁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수출시장 다변화, 제3 생산거점 모색, 제조업 부활정책, 자체기술력 고도화, 글로벌 밸류체인 진출 등 다방면에서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형식적인 대안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부 차원의 지원책도 모색해야 한다. 베트남 등지의 국외기업 연결정책, FTA 활용, 신남북방 국가 진출계획 마련 등이 그 예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질지, 아니면 '두 사람이 맞붙어 싸우는 바람에 엉뚱한 제3자가 덕을 본다'는 어부지리(漁父之利)와 같이 우리나라가 이익을 볼 것인지는 우리의 준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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