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매각철회 주장·면담 거부
실사단, 임원진 간담회 뒤 철수
산은과 협의해 기간 연장 추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 중인 현대중공업이 12일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2차 현장실사를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단장 강영 전무)은 이날 오전 10시 56분께 거제시 옥포동 애드미럴호텔에 도착해 대우조선 노동조합에 대화를 요청했다. 지난 3일 1차 방문 때 노조 등의 실사 저지로 물러난 후 10일 만이다.

현장실사단은 거제에 오기 전 노조에 산업은행과 대우조선 경영진 등이 참여하는 4자 간담회를 제안했다. 그러나 노조는 '매각 철회' 등 상황 변화가 없으면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며 면담 제의를 거부했다.

현장실사단은 노조와 만남이 결렬되자 호텔에서 박두선 대우조선 옥포조선소장(전무)·최용석 지원본부장(전무) 등 임원진과 간담회를 하고 낮 12시 16분께 철수했다.

▲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이 12일 오전 거제시 옥포동 애드미럴호텔에 도착해 호텔 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동열 기자

 

실사단과 함께 온 조용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간담회 뒤 "실사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해 아쉽다. (노조가) 빨리 대화의 장으로 나와서 실사가 잘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애초 3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현장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물리적으로 남은 기간 안에 실사를 진행하기는 어려워 실사기간이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강영 실사단장은 실사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취재진 질문에 "현장 실사를 연장할 수도 있다"며 "일단은 현장 실사를 못 했기 때문에 (연장한다면) 2주간 해야 될 거 같다"고 답했다.

조 부사장도 "시간을 두고 실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산업은행과 협의하고, 이 딜(인수)이 종료될 때까지는 반드시 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실사 연장 여부는 산업은행과 협의를 해봐야 한다"며 "기업결합 승인은 지금 진행되는 부분이라 현장 실사와는 별개의 문제다. 현장 실사를 못 한 부분에 대해서는 산업은행과 다시 협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 11일 입장문을 내고 대우조선 매각 절차 중단과 재검토를 촉구한 변광용 거제시장은 이날 호텔을 찾아 "실사부터 강행하려는 건 적절치 않다. 기업결합 심사 등이 진행된 후에 실사를 진행해도 충분하다"며 실사단에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실사단은 "오늘은 적절치 않다.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대우조선 노조와 지역 시민단체 등 200여 명은 이날 현대중공업 실사단 진입을 저지하고자 회사 출입문을 봉쇄했다. 경찰은 물리적 충돌에 대비해 6개 중대 병력 400여 명을 애드미럴호텔과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정문 앞에 분산 배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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