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원전 괭이바다 해상추모제
유족들, 정부에 진상규명 촉구

69년 전 민간인 학살 진상 규명을 염원하는 유족의 바람이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원전마을 앞 괭이바다에 울려퍼졌다.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유족회는 지난 8일 괭이바다에서 '제69주기 12차 창원지역 합동추모제'를 봉행했다. 참가자들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수장됐던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배 위에서 진행된 합동 추모식은 부산민예총 춤위원장 김경미(춤패춤나래 예술감독) 씨의 초혼무, 전통제례와 불교 의례, 목사 기도로 진행됐다. 추모제를 마친 이들은 바다에 추모의 꽃을 던졌고,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노치수 창원유족회 회장은 "괭이바다에서 생을 마감한 많은 사람은 1950년 이승만 정부 하수인에 의해 마산형무소에 예비검속된 1681명 중 대부분이 수차례에 걸쳐 야밤을 이용해 오랏줄에 묶여 수장당했다"며 "괭이바다는 죽음의 바다이자 바다 무덤이기도 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유족들이 바라는 것은 특별법 제정과 더불어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다. 역사를 바로잡는 일에는 여야가 없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학살된 민간인을 위로할 수 있는 추모탑 건립이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유족회는 지난 8일 마산합포구 구산면 원전마을 앞 괭이바다에서 제69주기 12차 창원지역 합동추모제를 지냈다. 배 위에서 진행한 추모제에서 유족들이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박종완 기자

세월호 희생자 유족인 '유민 아빠' 김영호 씨도 추모식에 참석해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김 씨는 "69년 전에 괭이바다에서 희생된 분들이나 5년 전 세월호 참사에서 희생된 우리 아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국가가 이유도 없이 그리고 무능해서 바다에서 억울하게 죽었다는 것과 아직까지 진상규명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괭이바다 민간인 집단 수장은 정부 조사에서도 밝혀졌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전시 계엄령 하에서 계엄사령관의 명령에 의해 각 지역 형무소 재소자와 국민보도연맹원이 헌병대에 인계돼 집단 살해됐고, 일부는 군법회의에 회부돼 사형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종 책임은 계엄령 최고결정권자인 대통령과 국가에 귀속된다고 할 수 있다"며 이승만 정부의 공권력에 의해 많은 민간인이 학살됐다고 밝혔다. 더불어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두에 위령탑 건립을 권고하기도 했다.

창원지역 괭이바다, 진전면 여양리, 현동 골짜기, 두척동, 성주사 골짜기, 감천골, 덕천골짜기, 신리마을 저수지 뒤편 등은 한국전쟁 직후 민간인들이 희생된 학살지다. 그러나 진실화해위원회는 희생인원을 717명 정도로 확인해 희생자 신원확인과 진상규명은 더 남았다.

이날 추모제에서 조합원 역사기행을 진행한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경남본부는 "이 땅의 진정한 평화와 인권의 소중한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창원시와 경남도가 앞장서고 정부와 국회가 나서 하루빨리 특별법을 제정해달라"고 했다.

이들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과 국군에 의해 전국 수천 곳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의 진상을 낱낱이 조사하여 진실을 밝혀야 한다. 정부 차원 추모와 함께 잘못된 역사를 청산해야 할 것"이라며 "일제시기에 독립운동을 했던 많은 사람도, 아무런 사상도 모르는 순박한 민간인들도 국민보도연맹원이 돼 억울하게 죽어간 이승만 정권의 학살이 더 이상 과거에 파묻혀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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