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창원유족회는 지난 8일 제69주기 12차 창원지역 합동추모제를 봉행했다. 이는 6·25 때 보도연맹원 등 예비검속된 민간인들이 국가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당한 지 그렇게 오래되었다는 얘기고, 70년이 다 된 오늘날까지 그들의 억울한 죽음이 제대로 달래지지 않고 그 진상마저 밝혀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정부가 나서서 지난 역사에서의 억울함을 풀어야 할 때이다.

6·25전쟁 과정에서 억울하게 명을 달리한 국민은 적어도 수십만에 달할 것이다. 후퇴과정에서 총살 또는 수장 등 갖가지 방법으로 처형된 이들의 숫자는 최대 20만 명을 넘는다는 연구자료도 있으며 전쟁과정에서도 부역 등의 이유로 희생당한 이들도 많다.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는 것은 국민이 잘살게 하는 것만이 아니다. 전쟁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그것을 하지 않았다. 산업화와 그 과정에서의 독재정권이 이유일 수 있으나 그 후에도 아무런 국가적 치유가 없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우리 지역에도 수많은 원혼이 안식하지 못하고 있는 곳이 한둘이 아니다. 이번에 위령제를 지낸 창원 구산면 앞바다를 비롯하여 거창, 산청 양민학살, 기록에도 남아있지 않은 하동 노량과 무등산 학살 등 알려지지 않은 지역도 상당수 있다. 역사를 치유하는 유일한 길은 진실을 밝히고 사죄를 통해 화해하는 것이다. 국가가 그 임무를 다하지 않고 있고 일부 개인과 단체들의 노력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전모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6·25전쟁은 분명히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을 꾸짖으려면 대한민국의 국민을 제대로 지켜내지도 못했고 오히려 목숨을 앗아간 데 대한 반성이 먼저이다. 이는 경남도와 자치단체의 역할 범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가가 기록을 확보하고 멸실되었다면 지역민의 기억을 조사하여 한 사람의 억울함이 없게 해야 비로소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고 제대로 된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정부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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