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간음, 절도, 위증, 탐욕 등을 금한 십계(十誡). 그 위상은 수천 년에 걸쳐 굳건하다. 구약에 담긴 명쾌한 강요는 동물 하위분류인 인간을 동물 이상인 존재로 끌어올렸을 테다.

물론 그 순기능을 기독교만 독점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인류가 공유한 수많은 가르침 가운데 기독교 지분이 상당하다는 것까지 부정하기는 어렵다.

아쉬운 점은 명쾌한 강요가 구약에서 그친다는 데 있다. 신약을 접하면서 세계관과 가치관이 한층 복잡해진다.

동물과 구별되는 존재로서 인간에 그치지 않고 인간을 넘어서는 존재로 향하는 까마득한 성찰을 주문하는 경구로 가득한데 그 핵심은 사랑이다. 아, 사랑!

사도 요한은 대략 1400자로 쓴 편지에(요한 1서 4장) '사랑'을 31회 쓴다. 가사 3분의 1을 '사랑'으로 갖다 바른 고 김현식 씨 노래 '사랑 사랑 사랑'에 견줄 바는 아니지만, 경전과 대중가요는 구별해야 마땅하다.

어쨌든 사도 요한조차 거듭 당위성을 강조하지만 사랑 자체를 설명하지는 않는다. 막연한 개념은 선뜻 공감하기 어려운 권유 탓에 더 복잡해진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니!

'성 정체성, 성적 지향, 임신 또는 출산 등을 이유로 학생이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경남학생인권조례안 제15조), '성폭력 피해나 성관계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학생지도와 교육활동에서 편견을 나타내지 않아야 한다'(제16조)와 문장 구조가 같다.

수식으로 쓰는 것도 가능하다. '믿는 자' 주장을 빌리면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구절은 당연히 죄를 조장한다. '오른쪽 뺨을 맞으면 왼 뺨을 돌려대라'(마태복음 5장 39절)는 어떤가. 오른쪽 뺨을 때리는 자들이 활개 치고 다닐까 봐 무섭다.

지식과 배움이 얕아 성경 공부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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